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수께끼 풀리나
금감원 국장급 지시만으로 ‘6.16%’ 채택의문
은행경영진·금감위·재경부 ‘공모’가능성 부각
원천무효 논란에도 론스타 ‘먹튀’ 못막을 듯 외환은행의 2003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이강원 당시 행장이 비아이에스 비율 산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헐값 매각 의혹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넘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내부 인사들의 윤곽이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도 당시 국장급 간부의 지시로 자기자본 비율을 9%대에서 6.16%로 낮춰 보고해 멀쩡한 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탈바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감독 당국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등의 고위간부들 사이에 어떤 공모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감사원과 검찰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경부·금감위 관료들은 하나 같이 “외환은행의 부실이 심각했기 때문에 매각한 것이어서 문제점이 없었다”는 자세를 고수해왔다. 이들은 이 근거로 당시 외환은행의 비아이에스 비율이 6.16%로, 적정선인 8%를 밑돌았다는 점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이 비아이에스 비율 산정의 오류를 시인하고 퇴직 때 받은 17억원의 대가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지게 됐다. 검찰에 구속된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부장 등 핵심 경영진들이 매각자문사로부터 거액의 대가를 받은 점도 외환은행 내부에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외환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적정선 밑인 6.2%로 낮춘 ‘의문의 팩스 5장’도 이강원-이달용(당시 부행장)-전용준 등 당시 매각을 주도한 핵심 경영진이 만들어서 금감원에 보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이 단독으로 비아이에스 비율을 조작했다고 보기엔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최종적으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내리지 않았다면 자격 없는 론스타로의 매각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금감원 실무자가 외환은행으로부터 ‘의문의 팩스’를 받고 이를 금감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국장급의 지시로 애초 채택했던 비아이에스 비율 9.14%를 버리고 6.16%를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금융감독 당국도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에 적극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다. 금감원이 ‘의문의 팩스 5장’을 받은 것은 외환은행이 연말 비아이에스 비율을 10%로 수정 전망했던 7월21일이었다. 금감원 실무진들은 나흘 뒤 ‘외환은행 경영실태 평가’에서 “종합적으로 건전성이 보통 수준”이란 내용을 발표했다. 외환은행 경영진이 만들어 금감원에 보낸 6.16% 비아이에스 비율과 금감원 실무진의 건전성 평가 기준이 서로 달랐다는 얘기다. 같은날 금감위는 “재경부 등이 론스타 대주주 승인을 요청해 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9월3일 재경부는 금감위에 론스타의 대주주 승인 협조공문을 보냈다. 금감위는 이 협조공문을 다시 금감원에 보냈고, 금감위는 이 공문을 첨부한 금감원 보고서를 토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을 승인했다. 결국 외환은행 경영진-금감원·금감위·재경부 관료들이 사전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기로 하고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을 공모, 실행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감사원과 검찰에서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론스타가 진행 중인 외환은행 재매각 일정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아치우고 떠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려면 당시 외환은행 임원이나 금융관료가 아닌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밝혀내야 한다. 김성재 석진환 기자 seong68@hani.co.kr
은행경영진·금감위·재경부 ‘공모’가능성 부각
원천무효 논란에도 론스타 ‘먹튀’ 못막을 듯 외환은행의 2003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이강원 당시 행장이 비아이에스 비율 산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헐값 매각 의혹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넘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내부 인사들의 윤곽이 확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도 당시 국장급 간부의 지시로 자기자본 비율을 9%대에서 6.16%로 낮춰 보고해 멀쩡한 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탈바꿈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감독 당국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앞으로 이들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등의 고위간부들 사이에 어떤 공모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감사원과 검찰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경부·금감위 관료들은 하나 같이 “외환은행의 부실이 심각했기 때문에 매각한 것이어서 문제점이 없었다”는 자세를 고수해왔다. 이들은 이 근거로 당시 외환은행의 비아이에스 비율이 6.16%로, 적정선인 8%를 밑돌았다는 점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이 비아이에스 비율 산정의 오류를 시인하고 퇴직 때 받은 17억원의 대가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지게 됐다. 검찰에 구속된 전용준 당시 경영전략부장 등 핵심 경영진들이 매각자문사로부터 거액의 대가를 받은 점도 외환은행 내부에 조직적 움직임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외환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을 적정선 밑인 6.2%로 낮춘 ‘의문의 팩스 5장’도 이강원-이달용(당시 부행장)-전용준 등 당시 매각을 주도한 핵심 경영진이 만들어서 금감원에 보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이 단독으로 비아이에스 비율을 조작했다고 보기엔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최종적으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내리지 않았다면 자격 없는 론스타로의 매각은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금감원 실무자가 외환은행으로부터 ‘의문의 팩스’를 받고 이를 금감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국장급의 지시로 애초 채택했던 비아이에스 비율 9.14%를 버리고 6.16%를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금융감독 당국도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에 적극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다. 금감원이 ‘의문의 팩스 5장’을 받은 것은 외환은행이 연말 비아이에스 비율을 10%로 수정 전망했던 7월21일이었다. 금감원 실무진들은 나흘 뒤 ‘외환은행 경영실태 평가’에서 “종합적으로 건전성이 보통 수준”이란 내용을 발표했다. 외환은행 경영진이 만들어 금감원에 보낸 6.16% 비아이에스 비율과 금감원 실무진의 건전성 평가 기준이 서로 달랐다는 얘기다. 같은날 금감위는 “재경부 등이 론스타 대주주 승인을 요청해 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9월3일 재경부는 금감위에 론스타의 대주주 승인 협조공문을 보냈다. 금감위는 이 협조공문을 다시 금감원에 보냈고, 금감위는 이 공문을 첨부한 금감원 보고서를 토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취득을 승인했다. 결국 외환은행 경영진-금감원·금감위·재경부 관료들이 사전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기로 하고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을 공모, 실행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감사원과 검찰에서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비아이에스 비율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론스타가 진행 중인 외환은행 재매각 일정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아치우고 떠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려면 당시 외환은행 임원이나 금융관료가 아닌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밝혀내야 한다. 김성재 석진환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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