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식 /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싱가포르국립대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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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금융허브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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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1998년부터 정부 주도로 지역금융센터로의 발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핵심적인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외환자유화를 통한 싱가포르달러의 점진적인 국제화다. 98년 이전까지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통화가 국제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엄격히 통제했다. 그러나 98년부터 비거주자의 투기거래와 관련된 일부 규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거래가 자유화되었다. 다만 자유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여러 안정장치를 마련했는데, 비거주자의 싱가포르달러 차입시 문서제출, 비거주자에 대한 싱가포르달러 대출잔액의 통화청 보고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 다른 핵심은 국내 금융시장의 균형 발전에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채권시장의 선진화를 적극 추진했다. 싱가포르 채권시장은 다른 금융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었다. 1997년에 채권시장의 발행잔액은 303억 싱가포르달러로 은행대출시장의 자산규모와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각각 18.5%와 16.8%에 불과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채권시장의 미발달이 기준이자율 만기구조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국공채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기울였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1999년부터 대규모 장기채를 발행했으며 공공기관의 채권발행을 장려했다. 이에 힘입어 98년 이전에 7년 미만 채권으로 구성되었던 국공채시장의 만기구조가 최대 15년까지 확장되었다. 유통시장의 유동성 제고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수수료 수입 면세, 비거주자 및 거주자의 투자소득 감세, 국채환매시장(repo market) 도입 등의 다양한 조처를 취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싱가포르 정부의 채권시장 발전전략이 통화의 국제화와 연계되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 개방이 외국인의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1998~2002년 사이에 외국인의 채권발행 잔액은 72억 싱가포르달러를 웃돌았다. 2004년부터는 외국인이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아도 싱가포르달러를 외국으로 반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우리나라의 금융허브 추진방향은 싱가포르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자본거래 허가제 폐지, 국외투자 활성화 방안 등의 추가적 외환자유화 조처는 원화가 국제화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싱가포르가 채권시장에 중점을 두었듯이 우리나라도 자산운용시장에 역점을 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허브 육성은 올바른 추진방향과 더불어 연속성과 연계성을 필요로 한다. 1998년부터 시작된 싱가포르의 지역금융센터 발전전략은 8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싱가포르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성을 갖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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