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물선들이 목포 신항만에서 문을 열고 수출용 자동차의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물류협회 제공
도약하라! 한국경제
갈길 먼 물류산업
갈길 먼 물류산업
업체들, 자회사 유통대행 머물러 배달만 하는 물류는 도태
상품 출하량 조절에서 사후 서비스까지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 창출해야 ‘상표 붙이기’, ‘반제품 가공’, ‘와인 보틀링(병에 담기)’ …. 언뜻 대기업의 하청 중소기업에서나 처리할 법한 일들로 보이지만, 이는 선진국 물류업체들이 고객(화주)에게 제공하는 물류서비스의 일부다. 이른바 ‘부가가치 물류서비스’다. 선진 물류업체들은 운송 따로, 보관 따로, 하역 따로, 통관 따로인 기존 물류를 넘어, 이제 생산 활동의 일부까지 도맡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물류산업을 한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3자 물류’는 시대적 흐름
선진 물류업체들의 역할은 이제 생산에 필요한 부품이나 원재료를 조달해주거나 완제품을 보관·배송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단순한 정도의 가공·조립·포장은 물론 시장의 수급 상황에 맞춰 최종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하고, 판매 이후 수리 등 애프터서비스까지 담당한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컴퓨터 전문 물류회사인 트리플-피사의 경우 유럽의 나라별 사용 전력과 언어가 다른 점에 착안해, 물류센터로 들어온 컴퓨터 전원과 글자판, 설명서 등을 최종 소비지역의 사정에 맞게 재조정한 뒤 출하한다.
물류업체의 이런 변신은 상품이 다양해지고 국가간 교역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생산 이후의 모든 과정을 일괄해 처리해주는 전문업체를 선호하는 데 따른 것이다. 기업과 최종 소비자 사이의 물류 전과정을 도맡아 처리한다고 해서 ‘제3자 물류’로 불린다. 군사작전의 병참기지와 같은 일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디에이치엘(DHL) 등 세계적인 물류업체들은 오래전부터 물류에 ‘병참’의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화물차와 선박, 항공기 등 운송수단을 확보함은 물론 화물을 장기 보관하면서 출하 시기와 양까지 조절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물류산업의 발전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장차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차세대 역점 산업으로 물류를 꼽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사자 물류’ 넘어서야 이런 국제적 흐름에 견줘 국내 물류업계의 규모와 서비스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확한 통계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다. 대략 국내 선두업체들의 평균 매출액(2002년 기준)은 4700억원 정도로, 글로벌 물류기업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로 이어지는 물류망 확보는 ‘언감생심’이다. 다만 제3자 물류를 지향하는 씨제이지엘에스가 최근 싱가포르의 대형 물류업체인 어코드사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국제물류망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물류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바로 ‘당사자 물류’다. 물류 매출이 수천억~1조원대에 이르는 글로비스나 삼성로지텍, 범한종합물류 등은 각각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엘지그룹 등 관계회사의 물류를 대행하는 게 주요 업무다. 3천여곳으로 추산되는 국내 물류기업 상당수가 당사자 물류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 연구개발 등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할 제조기업의 힘을 분산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조업의 비용 절감과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3자 물류’가 절실한 실정이다. 예충렬 한국교통연구원 물류경제연구실장은 “물류기업의 영세성이 ‘당사자 물류’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물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는 동북아 물류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주고 한국은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상품 출하량 조절에서 사후 서비스까지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 창출해야 ‘상표 붙이기’, ‘반제품 가공’, ‘와인 보틀링(병에 담기)’ …. 언뜻 대기업의 하청 중소기업에서나 처리할 법한 일들로 보이지만, 이는 선진국 물류업체들이 고객(화주)에게 제공하는 물류서비스의 일부다. 이른바 ‘부가가치 물류서비스’다. 선진 물류업체들은 운송 따로, 보관 따로, 하역 따로, 통관 따로인 기존 물류를 넘어, 이제 생산 활동의 일부까지 도맡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한국 역시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물류산업을 한단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3자 물류’는 시대적 흐름
‘당사자 물류’ 넘어서야 이런 국제적 흐름에 견줘 국내 물류업계의 규모와 서비스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확한 통계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다. 대략 국내 선두업체들의 평균 매출액(2002년 기준)은 4700억원 정도로, 글로벌 물류기업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로 이어지는 물류망 확보는 ‘언감생심’이다. 다만 제3자 물류를 지향하는 씨제이지엘에스가 최근 싱가포르의 대형 물류업체인 어코드사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국내에서도 국제물류망 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물류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바로 ‘당사자 물류’다. 물류 매출이 수천억~1조원대에 이르는 글로비스나 삼성로지텍, 범한종합물류 등은 각각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엘지그룹 등 관계회사의 물류를 대행하는 게 주요 업무다. 3천여곳으로 추산되는 국내 물류기업 상당수가 당사자 물류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 연구개발 등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할 제조기업의 힘을 분산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조업의 비용 절감과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3자 물류’가 절실한 실정이다. 예충렬 한국교통연구원 물류경제연구실장은 “물류기업의 영세성이 ‘당사자 물류’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물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는 동북아 물류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주고 한국은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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