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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식 ‘빨리빨리’ 로 수출길 뻥

등록 2006-05-31 20:42수정 2006-05-31 21:32

르노삼성차 6년만에 20배 늘어…성능실험 뒤 하룻만에 결과 반영
E 사람/20년 수출 외길 이두영씨

수출팀원 2명, 수출실적 200대. 르노삼성이 처음 차량 수출을 시작한 2000년의 성적표다. 초라했던 르노삼성의 수출 실적은 올해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610대, 올해는 1~2월에만 3691대가 선적됐다. 영광을 이야기해도 될 법한데 이두영(47) 수출팀장은 동료 이야기부터 꺼낸다. 4년 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초창기 동료 이형배 과장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말기인 줄도 모르고 끝까지 일했어요. 지금껏 가장 가슴 아픈 일로 기억됩니다.”

삼성물산 수출팀에서 시작해서 삼성자동차를 거쳐 르노삼성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수출 세일즈만을 전담했다는 이 팀장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이렇게 표현했다. “제게 쌓여 있는 것은 노하우(knowhow)라기보다는 노훼어(knowwhere·어디 있는지 아는 것)죠.” 이 팀장은 “하루에 들어 오는 수백개의 메일을 분류하고 기억해 놓는 일부터, 바이어와의 일상적인 대화까지 기억하고 정리해 놓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분류 과정에서 상대편의 의도를 파악하고 저장해두면 나중에 꼭 써먹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2000년부터 국외 수출을 시작했다. 르노삼성 브랜드로 수출을 했지만 닛산 자동차가 들어가지 않는 중동과 중남미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다지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수출팀은 지난해 2월 르노삼성 이름으로 판로를 개척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고 기술제휴 중인 닛산 판매망을 통해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남이 닦아놓은 길만 가는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었다. 이 팀장은 “어떤 브랜드로 팔리느냐도 중요하지만 메이저 회사의 파트너로 한국 자동차의 기술력을 보여주고 자기 계발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것이 글로벌 전략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르노삼성의 수출용 차는 올해부터 닛산 브랜드를 달고 국외로 나가고 있다. 러시아를 달리는 ‘알메라(Almera)’가 에스엠3의 다른 이름이다. 중동지역으로는 7월부터 ‘써니(Sunny)’라는 이름으로 수출된다.

일반적인 수출길이라면 소비자의 기호를 만족시키면 되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소비자를 만나기 전 닛산과 르노 본사를 설득하는 일이 더 우선이었다. “10년이 되지 않은 회사가 수출을 하겠다고 덤비는 것이 못 미더웠는지 정작 닛산과 르노가 더 깐깐하게 굴었다”고 말한다. 에스엠3의 수출을 위해 이 팀장은 1주일 동안 두바이, 파리, 멕시코 등 전 세계를 돌며 해당 지역의 닛산과 르노 관계자들과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영상 40도를 넘나드는 두바이 사막과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모스크바의 설원을 달리면서 성능 시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식 빨리빨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더라”고 말했다. “6시간 넘게 앞이 안보일 정도로 눈이 내리는 설원을 닛산 관계자들과 함께 달린 뒤 나온 지적사항을 서울로 통보해 밤새 점검하고 다음날 아침에 대응 결과를 발표했을 때 닛산과 르노사람들은 그 ‘빨리빨리’에 놀라더라”고 돌아봤다. 이 팀장에게 유일한 휴식처는 비행기 안이다. 비행기에서만큼은 이메일도 전화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내년에 출시되는 르노삼성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르노 브랜드를 달고 세계 각지로 수출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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