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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디자인빅뱅] 세월 더께 뛰어넘는 불멸의 디자인

등록 2006-07-20 21:42수정 2006-09-09 21:19

공간과 함께 숨쉬는 가구
50년대 작품 지금도 인기
“디자인은 스타일 아닌 과학”
[디자인빅뱅] ④ 스위스 비트라

빨간색 방에 나무틀로 짠 물고기 조명, 노란색 방에 각뿔 모양의 조명, 비트라가 사랑한 디자이너들의 실험적 가구들…. 어떤 공간도 단순한 직육면체의 느낌이 없다. ‘일하는 공간을 매력적이고 즐겁게’ 만들려는 비트라의 이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의자와 사무 가구의 명가’ 비트라의 최고경영자인 한스-피터 콘 사장은 “가구는 공간과 완벽하게 어울려야 한다” 며 ‘공간’ 디자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독일과 스위스에 걸쳐 있는 비트라 가구단지는 그 자체가 디자인된 공간이다. 드넓은 대지에 자리잡은 생산단지 초입에는 기하학적인 선과 곡면의 조각작품 같은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1990년대 해체주의 건축을 이끈 프랑크 게리의 역작이다. 본사 역시 지루한 직선이나 평면은 애초에 출입금지를 당한듯 자유로운 개성을 드러낸다.

비트라의 감각은 지극히 현대적이지만, 콘 사장은 비트라 디자인의 목표가 ‘클라시커(고전·명작)’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의 더께가 쌓여도 촌스럽거나 뒤처져 보여서는 안된다. 비트라에서는 수십년 전 디자인된 테이블과 최근 디자인된 의자가 한 세트로 맞춤되는 게 자연스럽다. 1950년대에 전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었던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디자인도 해마다 8만점이 넘게 팔려나가며 고전의 힘을 입증한다.

비트라가 이처럼 ‘가구 클라시커’의 고향으로 자리매김 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콘 사장은 “비트라는 디자이너를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비트라 고유의 아이덴티티 대신 디자이너 개개인의 개성을 수용해 클라시커의 탄생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비트라는 임스 부부와 베르너 판톤 등 디자이너 거장들과 함께 했고, 신예 디자이너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물론 디자이너의 ‘위대한 창의’만으로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트라 본사가 보유한 60여명의 개발팀은 ‘위대한 창의’를 현실로 바꿔낸다. 예컨대 생태주의 차원에서 재료를 고를 때도 제품의 질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환경친화적인 재료를 찾아낸다. 폐가구 수거 뒤 재활용이 쉽도록 분리·해체가 쉬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디자인은 스타일과는 다른 것입니다.” 콘 사장은 인터뷰 도중 앉아있던 의자를 번쩍 들어올렸다. 비트라의 자랑인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것이다. 자그마치 50년 전 디자인인데, 잘 나간다는 글로벌 기업의 사무실에서 여전히 인기다. 그가 보여준 것은 의자의 뒷면이었다. 그는 탄탄하게 조여진 나사를 가리키며 “이게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스타일이 겉보기에 “멋지다”“예쁘다”라는 감탄사를 얻어내는 것이라면, 디자인이란 미학은 물론 테크놀로지, 생태학, 인체공학, 경제성 등 여러 요소의 균형에서 비롯한다. 1934년 창립된 비트라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은 물론 뮌헨공항과 시애틀도서관, 맥도널드 매장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간을 디자인한다. 국내에서는 제인인터내셔날이 7년 전부터 비트라 사무 가구를 수입해 삼성 등 대기업들에 판매하고 있다.


바젤/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문화경영의 힘

디자인박물관 명성 연 8만여명 다녀가

비트라의 창업 2세대이자, 1976년 회사를 물려받은 롤프 펠바움 회장은 ‘문화 활동과 사업적 이해를 뒤섞는’ 즐거움을 강조한다. 그는 스스로 열정적인 의자 수집가였는데, 현 비트라 박물관 소장인 알렉산더 폰 페게작과 함께 1989년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을 탄생시켰다. 수집품은 5천점 정도로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가구 디자인 역사를 보여줄 핵심 수집품이 워낙 즐비하다. 디자인 명가로서 비트라의 명성이 한층 더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페게작 소장은 “일반 관광객은 물론 디자인·건축 전공자들까지 연간 8만여명이 다녀간다”며 “디자인에 관심이 컸던 이건희 삼성 회장 부부도 다녀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비트라 박물관의 세계 순회 전시는 유명한데, 지난 3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전이 열려 대중과 평단 양 쪽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트라는 예술 축제와 연계한 지원 활동이나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의 전시기획 등 문화와 예술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디자인 이미지 홍보와 ‘문화경영’에 연간 2천만유로(약 240억원) 가량을 쓴다. 비트라가 한 해 2500억원 안팎의 매출(2002년 2억8800만달러, 2003년 2억5800만 달러)을 올리는 점을 생각할 때 절대 작은 비중이 아니다. ‘클라시커’의 샘이 마르지 않는 배경이다.

바젤/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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