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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거창한 시나리오…시큰둥한 배우들

등록 2006-08-10 19:12수정 2006-08-10 19:18

투자확대·일자리·노사상생 위한 ‘사회적 대타협’
재계와 합의안 내놨지만 “알맹이 없다” 비판 대세
청와대 “개혁후퇴”…노동계 “못믿겠다” 사방이 벽
“이게 바로 노-사-정이 이룩하는 사회적 대타협이예요. 우리가 살 길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지난 5일,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의 워크숍이 열린 충남 공주의 한 유스호스텔. 깡마른 체구의 이목희 의원의 성마른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자 박수소리가 점차 커졌다. “이제야 뭔 말인지 제대로 알겠네”라는 얘기도 나왔다. 김근태 의장의 이른바 ‘뉴딜’에 대한 민평련 내부의 오해가 풀리는 듯 했다. 민평련은 김 의장을 지지하는 정파다.

이 광경이야말로 김 의장이 기치로 내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장정’이 얼마나 멀고 힘든 길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뉴딜의 설계자는 김 의장, 건축을 맡은 이는 이목희 의원, 이계안 비서실장, 우원식 의원 등이다.

이들이 꾸는 ‘꿈’은 이렇다. ‘대기업들은 과감한 설비투자와 고용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다시 되살린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보듬고, 중소기업과도 ‘상생’의 하청구조를 만든다. 노조는 ‘연례행사적’인 파업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중단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쓴다. 대신 회사가 부도날 상황이 오지 않는 한, 고용안정을 보장받는다. 정부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보호와 기업환경·투자환경 개선에 힘쓰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 선다.’

김근태 의장은 지난 9일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들과 함께 아홉 가지의 합의안이 담긴 공동발표문을 내놨다. 뉴딜 구상의 첫 작품이었다. 하지만 평가는 ‘알맹이가 없다’는 게 대세였다. 모든 합의가 ‘노력한다’고 끝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열린우리당 쪽에선 맨 마지막에 구두발표라도 재계에서 언제까지 몇 조원의 투자를 하고, 몇 만명의 추가 고용을 약속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재계 쪽은 ‘시간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10일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온 우원식 의원은 “시민사회계에서는 그동안 재계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관해 대통령과 만나서 합의한 것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고, 정부나 청와대 쪽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폐지 등에 대해 부정적인데 재계에서 어떻게 김근태 의장의 약속을 믿겠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뉴딜이 처한 적나라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다음주에 더 큰 산을 오를 예정이다. 16일과 23일로 예정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과의 만남이다. ‘노동계에 줄 카드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을 아낀다. 이목희 의원이 과거 현대차 경영진과 노조에 제안했던 ‘빅딜’에서 제안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의원은 당시 노조에 대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직장내 인력 재배치(기능적 유연성)를 인정하라고 했다. 대신 회사 쪽에는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배려, 그리고 투명경영을 요구했다.

김 의장 쪽에선 노동계가 이 정도 약속만 해도 국내 투자를 늘리겠다는 대기업들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본다. 그러나 노동계는 ‘배신’을 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또 내부 강경파를 이해시킬 명분도 필요하다. 그 다음은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시민·사회 단체를 만나는 순서다. 8월 말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시민·사회 단체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시민·사회 단체들이 오히려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제안한다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노동-재계-시민단체들을 만난 결과를 바탕으로 당내 반대파와 정부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뉴딜팀에서는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께 노-사-정-시민 대표들이 한데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공동서약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선이라는 회오리 바람에 휩싸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 탓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시간도, 외부의 주체들의 인식도 김 의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뉴딜팀의 편이 있다면, ‘사회적 대타협의 당위성’이라고나 할까.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이상수 노동부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조성준 노사정위원장(왼쪽부터)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영자총연합회 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이상수 노동부장관,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조성준 노사정위원장(왼쪽부터)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영자총연합회 회의실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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