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미, ‘4대 선결조건’ 집요하게 요구했다

등록 2006-08-10 20:40수정 2006-08-10 22:12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통상회의’마다 “FTA하려면 먼저…”
정부 “주무부처 10월까지 해결” 못박고 양보
‘제5차 대외경제위 자료’ 뜯어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논의·결정한 대외경제위원회의 자료가 공개되면서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협정 추진의 전제조건으로 ‘4대 선결조건’의 해결을 집요하게 요구받았으며, 지난해 말 결국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4대 선결조건이라는 용어는 없으며 미국에 양보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1일 “실제로 협상 정지 차원에서 통상현안을 해결하고자 한 것인 만큼 대통령의 결정으로 4대 선결조건이라는 표현을 수용한다”고 한 걸음 물러서기도 했다. 4대 선결조건은 스크린쿼터 축소, 쇠고기 수입 재개, 의약품 관련 투명성 제고, 자동차 배기가스 허용 기준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부가 협정 추진을 위해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끈질긴 요구=정부와 시민단체 등은 4대 선결조건을 두고 ‘미리 양보했다’, ‘아니다’라는 식의 논쟁을 벌였으나, 지난해 9월 작성한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 자료를 보면 해답이 나온다. 시기에 따라 ‘주요 통상현안’, ‘4대 선결조건’ 등으로 용어는 달라지지만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의 전제조건으로 일관되게 이를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요컨대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장에 들어서기 위해 치러야 했던 ‘입장료’였던 셈이다.

이 자료를 보면, 한-미 협상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은 통상현안의 해결을 요구했다. 2004년 11월 양국 통상장관 회담 때 합의한 대로 양국은 지난해 3~5월 정부간 사전점검회의를 세 차례 열었는데, 미국은 “의회 설득 등 협상 개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선 양국간 통상현안의 진전이 선행돼야 한다”며 확고한 자세를 보였다.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에 열린 한-미 통상장관 회의에서도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주요 통상현안 사전해결의 한국쪽 노력”을 강조했다. 다시 한 달 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행정부와 의회 인사를 설득하는 자리에서도 ‘주요 통상현안 사전해결’이라는 벽을 만나야 했다.

‘몸 단’ 한국 정부=미국 쪽의 경직된 태도에 대해 우리 쪽은 몸이 달아오른 듯한 태도를 보였다. 5차 대경위 자료에서 정부는 “4대 선결조건의 해결(진전)이 없는 경우 11월 아펙(APEC) 정상회담 시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공식화는 어렵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서 정부는 4대 선결조건의 각 항목에 대한 미국 쪽 요구사항과 우리 정부 각 부처의 입장을 일일이 대비해 가며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 스크린쿼터에 대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미국 요구 수준으로의 감축은 국회와 영화계의 반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 밝혔고, 자동차 배기가스 허용기준에 대해 환경부는 “미 연방기준의 허용은 우리의 환경기준 완화를 초래해 수용 불가능하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 이렇게 각 부처가 ‘불가능’ 또는 ‘추가 검토 필요’로 난색을 표명하자, 안건 자료를 작성한 통상교섭본부는 “주무부처의 적극적 조치 없이는 4대 선결조건의 해결 또는 진전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해당 부처 쪽에 화살을 돌렸다. 지난해 11월께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대경위 내부 문건에는 “2005년 9월에 열린 제5차 대경위 개최 결과, 미국이 제기하는 주요 현안은 주무부처들이 10월까지 해결하도록 한다”고 되어 있다. 당시 정부의 자유무역협정 전략 수립에 참여했던 한 관료는 “제5차 대경위 이후 범정부 차원의 협의는 거의 없었고, 대신 통상교섭본부가 각 주무부처를 끌고 나갔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