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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철강경쟁, 조선·자동차 싱긋-베어링 씁쓸

등록 2006-11-01 19:42

“기쁘오” 재료값인하·공급부족 해소 기대
“괴롭소” 대기업구도강화·사업축소 우려

새틀짜는 철강산업 (중)

철강산업의 경쟁체제를 가장 반기는 쪽은 국내 수요업체들이다. 특히 철강 원자재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 자동차업계 등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철강을 뺀 국내 대부분 제조업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수요산업의 목소리를 제품군별로 나눠 들어봤다.

은근한 기대, 조선=나는 엘엔지를 싣고 다니는 배구요, 덩치는 6만톤급이고, 길이는 300미터가 넘어요. 요즘 나를 만드는 조선업계라는 곳은 세계 1등에서 5등까지 다 한다고 주목을 받지만 안으로는 늘 울상이죠. 내 몸은 후판이라는 철강재로 만들어지는데요, 요즘 갑자기 일부 재료값이 톤당 5만원이나 올랐거든요. 난 몸값은 2억2천만달러나 하지만 재료비(후판)가 비싸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고 해요. 예전에는 제조원가의 10% 정도 하던 것이 요즘 25%까지 올랐다나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은 빼고 중국산으로 만들고 있어요. 나를 사가는 사람들이 좋아할리 없지요. 그래서 현대제철에서 일관제철소 만드는 것을 주위에선 반기는 눈치에요. 포스코와 경쟁을 하면 값이 좀 떨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이죠.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에 회사별로 많게는 50%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수입대체효과도 있겠구요.

노골적인 기대, 자동차=나는 자동차요. 내가 ‘시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게 1955년이니 나이가 쉰하나인 셈이지요. 새로운 일관제철소가 생기면 나야 박수칠 일 아니겠소? 지금껏 살아오면서 늘 나를 만들때면 업체 사람들은 강판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노심초사했었소. 그래서 자동차업계에서도 일관제철소가 하나 더 들어섰으면 했던 것이지. 고로가 완공되면 나오는 쇳물을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데 주로 쓴다고 하니 내가 기쁘지 않겠소. 나는 주로 고급강판으로 만들어지는 데 포스코도 현대제철을 의식해서 지금껏 계속해오던 고급강판 생산에 더 신경을 쓸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품질경쟁을 하면서 내 몸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니 더 바랄게 뭐 있겠소. 사실 지금 내 몸에도 가격 때문에 중국산이, 품질 때문에 일본산이 달려 있지만 경쟁이 시작되면 조만간 다시 완전 국산의 몸으로 탈바꿈하지 않겠소. 앞으로 4년. 손꼽아 기다리겠소.

여전한 냉소, 중소기업=나는 베어링이요. 나이는 셋 중 내가 제일 많지요. 쓰임새도 많아요. 배에도 들어가고 자동차에도 들어가지요. 둘은 큰 집에서 만들지만 나는 중소기업이라고 하는 작은 동네에서 만들어집니다. 양강구도? 예상했던대로 나를 위한 배려는 찾기 힘들더군요. 상생을 외치지만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사실 현대차그룹을 위한 것 아닌가요? 양강구도가 들어서건 말건, 나는 여전히 살아남기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내 몸은 일본에서 수입되는 철강으로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그나마 물량이 많이 줄었고,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오지요.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급받을 수 없는 데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데 따른 물류비를 감당할 수 없어 우리 사장님이 생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지요. 앞으로도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는 계속될 것이고 나처럼 특수강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더 외면받겠죠. 사실 현대제철이 열연(핫코일) 위주로 생산을 시작하면 물량구하기가 더 힘들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더 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대규모 거래를 선호할 것이 분명하거든요. 이제 우리 경제가 성숙기라고들 하는데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다양한 철강재를 만들때도 되지 않았나요? 무조건 살려달라는 게 아니에요. 중소기업도 원하는 강종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하는 겁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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