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오” 재료값인하·공급부족 해소 기대
“괴롭소” 대기업구도강화·사업축소 우려
“괴롭소” 대기업구도강화·사업축소 우려
새틀짜는 철강산업 (중) 철강산업의 경쟁체제를 가장 반기는 쪽은 국내 수요업체들이다. 특히 철강 원자재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 조선업계, 자동차업계 등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철강을 뺀 국내 대부분 제조업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수요산업의 목소리를 제품군별로 나눠 들어봤다. 은근한 기대, 조선=나는 엘엔지를 싣고 다니는 배구요, 덩치는 6만톤급이고, 길이는 300미터가 넘어요. 요즘 나를 만드는 조선업계라는 곳은 세계 1등에서 5등까지 다 한다고 주목을 받지만 안으로는 늘 울상이죠. 내 몸은 후판이라는 철강재로 만들어지는데요, 요즘 갑자기 일부 재료값이 톤당 5만원이나 올랐거든요. 난 몸값은 2억2천만달러나 하지만 재료비(후판)가 비싸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고 해요. 예전에는 제조원가의 10% 정도 하던 것이 요즘 25%까지 올랐다나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은 빼고 중국산으로 만들고 있어요. 나를 사가는 사람들이 좋아할리 없지요. 그래서 현대제철에서 일관제철소 만드는 것을 주위에선 반기는 눈치에요. 포스코와 경쟁을 하면 값이 좀 떨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이죠.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탓에 회사별로 많게는 50%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것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수입대체효과도 있겠구요. 노골적인 기대, 자동차=나는 자동차요. 내가 ‘시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게 1955년이니 나이가 쉰하나인 셈이지요. 새로운 일관제철소가 생기면 나야 박수칠 일 아니겠소? 지금껏 살아오면서 늘 나를 만들때면 업체 사람들은 강판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노심초사했었소. 그래서 자동차업계에서도 일관제철소가 하나 더 들어섰으면 했던 것이지. 고로가 완공되면 나오는 쇳물을 자동차 강판을 만드는 데 주로 쓴다고 하니 내가 기쁘지 않겠소. 나는 주로 고급강판으로 만들어지는 데 포스코도 현대제철을 의식해서 지금껏 계속해오던 고급강판 생산에 더 신경을 쓸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품질경쟁을 하면서 내 몸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니 더 바랄게 뭐 있겠소. 사실 지금 내 몸에도 가격 때문에 중국산이, 품질 때문에 일본산이 달려 있지만 경쟁이 시작되면 조만간 다시 완전 국산의 몸으로 탈바꿈하지 않겠소. 앞으로 4년. 손꼽아 기다리겠소. 여전한 냉소, 중소기업=나는 베어링이요. 나이는 셋 중 내가 제일 많지요. 쓰임새도 많아요. 배에도 들어가고 자동차에도 들어가지요. 둘은 큰 집에서 만들지만 나는 중소기업이라고 하는 작은 동네에서 만들어집니다. 양강구도? 예상했던대로 나를 위한 배려는 찾기 힘들더군요. 상생을 외치지만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사실 현대차그룹을 위한 것 아닌가요? 양강구도가 들어서건 말건, 나는 여전히 살아남기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내 몸은 일본에서 수입되는 철강으로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그나마 물량이 많이 줄었고, 대부분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오지요.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급받을 수 없는 데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데 따른 물류비를 감당할 수 없어 우리 사장님이 생산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지요. 앞으로도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는 계속될 것이고 나처럼 특수강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더 외면받겠죠. 사실 현대제철이 열연(핫코일) 위주로 생산을 시작하면 물량구하기가 더 힘들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더 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대규모 거래를 선호할 것이 분명하거든요. 이제 우리 경제가 성숙기라고들 하는데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다양한 철강재를 만들때도 되지 않았나요? 무조건 살려달라는 게 아니에요. 중소기업도 원하는 강종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하는 겁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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