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석현씨, 관련 진술”…변호인 “경영권 이전용 아냐”
검찰이 삼성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인수 과정을 보고받아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조희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발행될 무렵에 <중앙일보> 대주주로 올라선 홍석현씨가 검찰에서 ‘97년 초 이건희 회장을 인사차 찾아갔더니 이 회장이 중앙일보의 지분 변동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사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4일 전인 1996년 10월26일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당시 중앙일보사의 기존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사의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홍 회장이 나머지 전환사채를 인수해 중앙일보사의 새 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4일 뒤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때는 에버랜드 대주주였던 중앙일보사가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인수를 포기했으며, 대신 이재용씨가 주주들이 포기한 전환사채를 인수해 에버랜드 대주주가 됐다. 이는 사전에 공모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이 이재용씨가 인수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당시 회장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씨가 “회장 일가 재산은 그룹 비서실 재무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재무팀장과 비서실 차장이 계열사 재산 처분까지 알아서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비서실 차장은 이학수 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다.
검찰은 “전환사채를 인수해야 할 법인 주주들이 약속한 듯 전부 실권하는 행위는 다른 이유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삼성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나 의사를 따르지 않는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이건희 회장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전환사채 발행은 자금 마련을 위한 경영판단에 따른 것일 뿐 지배권 이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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