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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농협, 누구를 위한 변신인가

등록 2007-01-16 19:16수정 2007-01-16 21:07

농협, 누구를 위한 변신인가?
농협, 누구를 위한 변신인가?
“농업현안 뒷전 돈벌이 매달려” 안팎 비판
농협 “홍보효과 커 농촌지원 사업에 도움”
금융권 영토확장 이어 사업 다각화

농협의 변신, 무죄인가 아니면 유죄인가?
농협이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 다각화와 신용 부문 강화에 힘을 쏟는 농협의 최근 행보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농협이 농민의 권익 증진은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치중하더니, 이젠 ‘본업’과 무관한 프로야구단까지 인수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농협 쪽은 “프로야구단을 통한 홍보 효과로 매출이 늘면 결국 농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 이미지 위해 좋은 기회” vs “쓸데없는 짓”
=농협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면 농산물 유통과 식품 가공 등 경제 사업 분야에서 마케팅·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나로마트·목우촌·아름찬·한삼인 등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사업 다각화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젊은층에게 쉽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개편을 준비중인 기업이미지(CI)를 널리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효과로 꼽는다. 손병환 농협 기획조정실 계열사지원팀장은 “프로야구단 연간 운영비 200억원보다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농협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등 현안은 뒷전에 밀어둔 채 적자 운영이 뻔한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16일 성명을 내어 “농업 보호에 충실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농촌 현실은 도외시한 채 부실 프로야구단 인수를 추진하려는 것을 350만 농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황경산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도 “프로야구단 인수 추진은 농민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 결정됐다”며 “‘신(신용사업)-경(경제사업) 분리’ 등 시급한 현안부터 해결하라”고 비판했다.

농협 내부와 농림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형순 농협중앙회 노조 정책위 실장은 “어려운 농촌사정이나 농민 정서와 맞지 않아 노조 안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박현출 농림부 농업구조정책국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중인 현 시점에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200억원을 들여 프로야구단을 운용할 여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으로 경쟁력 키워야” vs “경제사업 강화해야”=프로야구단 인수에 대한 안팎의 이런 비판적 시선에는 농협이 그동안 농산물 판매나 이익 배분 등 농민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은 소홀히 한 채 신용사업 분야에서 돈벌이에만 매달려왔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농협은 2005년 말 세종증권을 인수해 NH증권을 출범시켰고, 지난해 4월엔 엘지카드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농협은 이미 금융권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농협중앙회의 총자산은 158조원(2006년 말 기준)으로 은행권 4위다. 전국 점포수(중앙회+지역조합 영업점)는 무려 5145개로, 국민은행의 5배에 가깝다. 신용카드 부문에서는 은행계 카드인 비씨카드의 이용액·회원수·수수료 부문에서 모두 1위다. 농협 홍보실 김진우 실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 방식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농협의 설립 목적인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사업 다각화를 하고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진도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신-경 분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농협이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는 것은 협동조합 체제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민수 한농연 정책조정실 차장도 “농협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쪽에만 치중하면 농민들을 위한 경제사업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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