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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엔지니어 역량 떨어지면 일자리 위험”

등록 2007-03-26 18:45수정 2007-03-26 21:58

변대규 휴맥스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연구개발 공백 걱정
외환위기뒤 독점 심화
산업계 ‘맏형’ 아쉬워
한국경제위기론 벤처3인에게 듣는다
② 변대규 휴맥스 사장

“경쟁력을 갖춘 산업분야는 샌드위치라기보다 유럽·미국·일본과 경쟁하고 중국이 따라오는 형태입니다. 문제는 개별기업의 기술경쟁력이 5년 뒤를 걱정할 형편이라는 데 있습니다. 또 새 대기업이 생기지 않고 중견급은 사라지는 ‘고인 물’ 같은 생태계도 걱정입니다.”

벤처로 출발한 기업 중 지난해 매출액 1위(국외법인 포함 7276억원)를 기록한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은 “샌드위치론은 10년 전에도 나온 얘기”라며 “그러나 10년 뒤 경제를 걱정할 만큼 위기상황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성장률·실업률 등 거시적 지표는 선진국보다 낫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던 엔지니어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변 사장은 “휴맥스가 거래하는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을 보면, 연구개발 인력을 중국·인도에서 대거 채용하고 있다”면서 “공장을 중국으로 뜯어 옮기던 시절을 지나 연구개발을 이전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변 사장의 주장은 한국경제가 그동안의 ‘공장 공동화’ 논란을 넘어 ‘연구개발 공동화’를 걱정할 단계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의 역량을 높이지 않으면 남아 있는 일자리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산업화는 ‘여공들의 경쟁력→국가의 투자전략→엔지니어 역량’을 각각 단계적인 도약 발판으로 삼아왔는데, 그 이후가 막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변 사장은 요즘 임직원들에게 ‘현재 한국인 엔지니어가 하는 일을 중국·인도사람들이 맡게 될 것이며, 5년 정도가 남았으니 그 사이에 (역량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개발 인재가 의대 간다’는 식의 공학 위기론이 엘리트 중심적인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대기업 출현의 통로가 막힌 것도 문제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30대 재벌 중 절반쯤이 살아남았는데 그 자리를 신생기업이 아니라 절대강자가 독식하게 됐다”면서 “한개씩 줄어들어 결국 독점이 되면 무조건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내수가 좁고 해외시장의 벽이 높은 실정에서 기업이 실력과 자본을 쌓는 길은 비투비(B2B·기업간 거래) 뿐인 게 요즘 현실이다. 그러나 “구매 대기업이 ‘원가를 내놔라’는 비합리적인 요구를 할 만치 국내 비즈니스 관행은 격이 낮은 실정”이다. 변 사장은 “우리는 일본의 마쓰시타가 1940~50년대부터 수행해 준 산업계 리더로서의 역할을 맡아주는 대기업이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성장을 막는 구조적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참여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통해 정책인프라가 90%는 완성됐지만, 자금수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벤처 붐이 끊어진 이후, 아주 보수적인 은행과 위험도 높은 사채시장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정부가 활성화 의지를 갖고 있는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대해 “기술기업을 키우고 팔아 돈을 벌 수 있다면 창업열기가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코스닥을 보면 사채꾼들이 엠엔에이를 주도하고 있어, 벤처거품 때처럼 사회문제를 낳을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글/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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