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정보 남용 사례
재경부, 사전동의·중단요청권 등 대책 검토
#1 개인사업을 하는 김아무개(29)씨는 금융회사가 자신의 신용정보를 열람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는 언론 보도(<한겨레> 3월27일치 18면)를 보고, 크레딧포유(www.credit4u.or.kr)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가 마이너스 통장을 대출받은 우리은행에서 지난해 6월 여섯 차례나 자신도 모르게 신용거래 정보를 조회한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우리은행 쪽에 따지자, 담당자라는 사람이 “마이너스 통장 만기일이 다 돼 신용거래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데, 대출과 여신 심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어려 곳에 걸쳐 있어 담당자마다 조회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2 회사원 정아무개(38)씨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하나은행의 ㄱ대학 지점이 ‘연체·금융질서 문란 정보’라는 내역으로 자신을 조회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연체·금융질서 문란 정보는 금융 사기와 관련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 불법 금융 거래를 한 경우 등록되는 정보다.
정씨는 지점에 전화를 걸어 “불법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없는데, 왜 금융질서 문란 항목으로 조회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기분도 상했지만, 금융질서 문란 내역으로 조회를 받으면 개인 신용등급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담당자는 “그게 왜 문제냐. 대출을 받았을 때 동의서를 쓰지 않았냐. 동의서를 썼으면 은행에서 마음대로 조회할 수 있다”고 오히려 화를 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카드를 만들 때 무의식적으로 제출하는 ‘개인 신용정보의 제공·활용 동의서’가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연체·금융질서 문란 정보’라는 내역으로 정보를 조회하더라도 동의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다. 또 금융회사 직원들이 개인 신용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볼 수 있어 정보 유출 우려도 크다.
이승희 의원(민주당)실의 유영준 비서관은 “지난해 10월 개인 신용정보 남용과 관련한 국정감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을 방문했다가, 은행 직원 누구나 개인 신용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중순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재경부는 개정안에 금융회사가 개인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경우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고객이 신용정보 이용에 동의를 했더라도 이를 철회하거나 정보 이용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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