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불안해하는 농민들과 직접 대화하기 위해 지난 18일 충북 영동군의 배 재배 농가를 방문한 한덕수(왼쪽) 총리가 농민 김기열씨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 영동/연합뉴스
한덕수총리 영동 방문…농민들과 심야설전 ‘험악’
군청 강당 100명 북적 “농촌 파탄의 주범…정부 대책은 개살구” 발언 이어지자
표정 굳은 한총리 “비난으론 해결 안돼 피해보상 하겠다…” 한켠에선 “오면 뭐하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8~19일 충북 영동을 찾았다. 농림·교육·보건복지·환경·문화관광·여성가족부와 기획예산처 등 아홉 부처 차관들이 수행한 대규모 방문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불안해진 ‘농심’을 어루만지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에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한 총리를 마중나온 농민들은 “영동의 경사”라며 반겼다. 우정규 한국여성농업인 중앙연합회 회장은 “농촌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한 총리도 배 과수원과 여성 결혼 이민자 가정 등을 찾아 농민의 손을 맞잡았다. 한 총리는 잠자리도 농가에서 농민과 함께 했다. 애초 영동군은 군내 민주지산 휴양림 쪽에 숙소를 잡아뒀으나, 한 총리가 “의전보다는 국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고 4대째 농사를 지어온 전업농가에서 묵었다. 이번 방문의 고갱이인 토론회가 열린 건, 18일 밤. 군청 강당엔 농민단체 대표와 공무원 등 100명이 꽉 들어찼다. 농민들의 입에서 농촌이 처한 현실 얘기가 쏟아지자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영동군 한우연구회의 박동하(52) 회장은 한우 농가의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암소 값이 100만원 넘게 폭락해서 너무 힘든다. 미국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파탄나게 생겼다. 한우를 계속 키워야 될지 막막하다. 미국의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답변은 새로울 게 없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산 쇠고기는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새로 수입되는 게 아니고 이미 자유화됐다가 광우병으로 중단됐던 것입니다. 한우 농가가 품질을 높여 경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도 피해를 보상하고 돕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 총리가 농촌 파탄의 주범”이라는 험악한 말들까지 나왔다. 이수근(55) 전국농민회 총연맹 충북연맹 의장은 “2000년 한-중 마늘 협상의 책임자로 마늘 시장의 막대한 이익을 중국에 내주고, 에프티에이 지원위원장을 거쳐 총리가 됐다. 농촌이 다 망가져 죽기 일보 직전인데, 차라리 솔직히 까놓고 어떤 작목이 피해를 보니까 그거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 게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박철용(43) 충북연합회장도 “농토는 금융기관에 저당잡혔고, 농민은 파산 직전이다. 농촌이 황폐화했는데 참여정부의 국가 균형발전이 가능하냐?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빛좋은 개살구’로, 정부는 생색내기에만 바쁘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비난과 야단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농민, 농민단체가 우리 경제와 농업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로 협력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전체를 보는 협상이다. 농가의 피해를 인정하지만 정부에서 안전망을 만들고 보상을 하겠다. 국가와 국민이 농민의 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아시고 노력해 달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한 농민이 다시 나서 “정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발표한 정부 대책들에 대해) 총평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한 총리는 군수와 군의회 의장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군수와 의장은 입을 모아 “국비 지원을 해 달라”고 말했다. 한 60대 농부는 기자에게 “포도 농사를 짓는데, 칠레랑 에프티에이 한 것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총리가) 오면 뭐하나. (바라는 걸) 들어주지도 않는데 …”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영동/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표정 굳은 한총리 “비난으론 해결 안돼 피해보상 하겠다…” 한켠에선 “오면 뭐하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8~19일 충북 영동을 찾았다. 농림·교육·보건복지·환경·문화관광·여성가족부와 기획예산처 등 아홉 부처 차관들이 수행한 대규모 방문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불안해진 ‘농심’을 어루만지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에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한 총리를 마중나온 농민들은 “영동의 경사”라며 반겼다. 우정규 한국여성농업인 중앙연합회 회장은 “농촌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주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한 총리도 배 과수원과 여성 결혼 이민자 가정 등을 찾아 농민의 손을 맞잡았다. 한 총리는 잠자리도 농가에서 농민과 함께 했다. 애초 영동군은 군내 민주지산 휴양림 쪽에 숙소를 잡아뒀으나, 한 총리가 “의전보다는 국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고 4대째 농사를 지어온 전업농가에서 묵었다. 이번 방문의 고갱이인 토론회가 열린 건, 18일 밤. 군청 강당엔 농민단체 대표와 공무원 등 100명이 꽉 들어찼다. 농민들의 입에서 농촌이 처한 현실 얘기가 쏟아지자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영동군 한우연구회의 박동하(52) 회장은 한우 농가의 답답함을 털어놨다. 그는 “암소 값이 100만원 넘게 폭락해서 너무 힘든다. 미국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파탄나게 생겼다. 한우를 계속 키워야 될지 막막하다. 미국의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한 총리의 답변은 새로울 게 없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산 쇠고기는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새로 수입되는 게 아니고 이미 자유화됐다가 광우병으로 중단됐던 것입니다. 한우 농가가 품질을 높여 경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도 피해를 보상하고 돕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 총리가 농촌 파탄의 주범”이라는 험악한 말들까지 나왔다. 이수근(55) 전국농민회 총연맹 충북연맹 의장은 “2000년 한-중 마늘 협상의 책임자로 마늘 시장의 막대한 이익을 중국에 내주고, 에프티에이 지원위원장을 거쳐 총리가 됐다. 농촌이 다 망가져 죽기 일보 직전인데, 차라리 솔직히 까놓고 어떤 작목이 피해를 보니까 그거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 게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박철용(43) 충북연합회장도 “농토는 금융기관에 저당잡혔고, 농민은 파산 직전이다. 농촌이 황폐화했는데 참여정부의 국가 균형발전이 가능하냐?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빛좋은 개살구’로, 정부는 생색내기에만 바쁘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비난과 야단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농민, 농민단체가 우리 경제와 농업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로 협력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전체를 보는 협상이다. 농가의 피해를 인정하지만 정부에서 안전망을 만들고 보상을 하겠다. 국가와 국민이 농민의 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아시고 노력해 달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한 농민이 다시 나서 “정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발표한 정부 대책들에 대해) 총평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한 총리는 군수와 군의회 의장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군수와 의장은 입을 모아 “국비 지원을 해 달라”고 말했다. 한 60대 농부는 기자에게 “포도 농사를 짓는데, 칠레랑 에프티에이 한 것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총리가) 오면 뭐하나. (바라는 걸) 들어주지도 않는데 …”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영동/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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