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 위생검역절차’ 정부쪽 발언 일지
정부 “위험평가 철저” 애초 약속 뒤집어
정부가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 전에 철저한 검증을 거치겠다던 애초 약속과 달리, 1년여 걸리는 핵심 검증단계를 생략할 뜻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갈비를 포함한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9월께 수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8일 관계 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사이 구체적인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의는 (전체 8단계 위험 평가 절차 가운데) 6단계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1~5 단계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수입 위생 조건 협의가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모든 과정이 9월 정도면 마무리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2005년 수입 재개 여부를 평가할 때 1단계부터 모든 단계를 거쳤다. 그때 (미국에서 받은) 자료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하겠다. 1~5 단계는 행정 절차이고 6단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1년여 걸리는 1~5단계를 사실상 생략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8단계 가운데 1~5 단계가 미국의 광우병 발생 가능성과 방역·위생 상태를 설문조사와 현지조사 등을 통해 검증하는 핵심 절차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미국 쪽의 요구에 밀려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 이는 모든 위험 평가 단계를 철저히 거치겠다던 정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기존 방침을 뒤집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직후 박홍수 장관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 설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8단계의 위험 평가 절차를 진행해 미국과 위생 조건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하겠다”며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은 절대 기준이 아니라 우리가 참고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박상표 편집국장은 “1~5 단계는 쇠고기 수입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절차”라며 “정부가 2005년에 이뤄진 1~5 단계 검증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면, ‘뼈 없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라는 현행 수입 기준도 변경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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