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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왜 이렇게 오를까’…휘발유값 요지경 ‘미스터리’

등록 2007-06-10 19:09수정 2007-06-11 09:03

국제원유값과 국내외 휘발유값 추이
국제원유값과 국내외 휘발유값 추이
정부 정유사 주유소 “나 말고 너 때문에”
휘발유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근본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른 탓이지만, 소비자들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휘발유값 상승폭이 국제 유가 상승폭을 훨씬 웃도는데다, 환율하락이나 정유사들의 높은 영업이익률 등을 고려하면 고유가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만 전가된 느낌이다. 정부, 정유사, 주유소는 가격 상승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다. 요지경같은 기름값의 미스터리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세금 59.6% “더 높은 나라 많으니”

유류세로 배불리는 정부=석유공사가 조사한 6월 첫째주의 전국 휘발유의 공장도 거래가격은 ℓ당 616.07원이다. 여기에 주유세, 교통환경세, 부가세 등 각종 세금 880.3원이 붙는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석유관련 세금은 2000년 15조8천억에서 지난해 25조9천억(추정치)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국세의 18.8%에 이른다.

하지만 기름에 붙는 세금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6개 회원국들의 휘발유값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은 터키와 노르웨이 등에 이어 6번째로 높다. 세금 비중은 59.6%로 13번째, 딱 중간 수준이다. 대부분 비산유국들은 세금비중이 60% 이상이다.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면 이런 높은 세율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가 노리는 정책효과, 즉 에너지 절약은 비싼 기름값과 별 상관이 없다. 특히 휘발유와 같은 수송용 연료는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다. 결국 정부가 ‘거둬들이기 쉬운 세금’이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유사 2조 이익 “마진율은 기밀”

정유사의 돈잔치는 어디서?=지난해 5개 정유사의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었다. 고유가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셈이다. 정유업계는 이게 기름값 폭리에서 생긴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각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6%,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5%대였다. 문제는 정유사의 이런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산출이 ‘내멋대로 계산법’을 적용했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 비용을 정유사업부문으로 몰아넣는 방식 등이다.

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 휘발유값의 세금비중 비교
국제에너지기구 회원국 휘발유값의 세금비중 비교
국제 원유가격보다 국내 휘발유값이 더 많이 오른 기현상에 대해서도, 정유사들은 “제품 가격 결정구조를 이해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들은 매주 원유가격이 아니라 1주일 전 국제 상품시장에서 제품시세를 기준으로 공장도 거래기준가를 결정하는데, 다시 소비자가격에 반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국제가격과 국내소비자가 사이엔 2주 정도의 시차가 생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나프타·경유·벙커시유 등 7가지 제품이 나오는데 국제시장에서 이들 제품가격 변동은 제각각”이라며 “따라서 정유사로서는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시장 제품가를 기준으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유사는 이런 주장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가격 결정구조를 밝히지는 않는다. 각 제품의 마진율이나 실제 판매값에 대해선 ‘영업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한다. 때문에 이윤을 얼마나 붙여 주유소에 넘기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산자부는 정유사들에게 제품별 판매가격을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정유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폭리 의혹 주유소 “우린 억울해”

칼자루 쥔 주유소=최종 소비자 판매가격은 주유소가 결정하기 때문에 주유소도 폭리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주유소협회의 정상필 기획팀장은 “2월부터 상승률을 비교해보면 공장도 거래기준가격이 33% 오를때 주유소 판매가격은 11%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휘발유값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주유소업계는 “정유사들이 공장도 가격을 70원 내렸다고 발표하면서 주유소한테는 할인폭을 40원만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름값이 오를 때에는 주유소 마진폭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01년 복수 폴제(특정 정유사 간판을 내걸고 여러 정유사 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이 상징하듯 제한적이나마 정유사간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다 해보겠다…세금만 빼고”

소비자만 ‘봉’이다=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유류세만 빼곤 다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유가모니터링 제도 개선이 그 중 하나다. 정유사에게 개별 판매가는 안되더라도, 한달 단위로 실제 평균 판매가를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석유제품에 부과하는 현재 5%의 관세를 3%로 낮추는 방안도 협의중이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휘발유와 같은 제품의 수입량은 미미해 실제 소비자가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론을 펴고 있다. 반면에 재경부의 허용석 세제실장은 “당장 효과는 없을지 모르지만 국제가격 흐름이 언제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경쟁환경의 토대가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제품 수입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대해가자, 그전까지 높은 기름값을 유지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값을 내렸던 전례가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는 한국에 대한 상세보고서에서 석유제품과 원유의 관세차이를 없앨 것과 정유업계의 불공정관행에 대해 주의깊게 감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장기적으론 세계 7위에 이르는 석유 소비량과 44%에 가까운 석유에 대한 에너지의존도를 줄일 것 또한 지적했다.

꿈쩍않는 세금과 경쟁체제에 미온적인 정유업계, 정부·정유사·주유소의 ‘네탓공방’ 속에 깊어가는 건 국민 생활의 주름살 뿐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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