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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수화·문자→음성 “청각장애인 말 전해드려요”

등록 2007-12-10 19:31수정 2007-12-10 20:51

따뜻한 유비쿼터스 세상 / ⑦ 스웨덴 ‘통신중계서비스’
따뜻한 유비쿼터스 세상 / ⑦ 스웨덴 ‘통신중계서비스’
3세대 이동통신 차별없는 이용 국가가 도와줘
송·수신자 동시통역하는 ‘콜 다이렉트’도 추진
따뜻한 유비쿼터스 세상 / ⑦ 스웨덴 ‘통신중계서비스’

“친구에게 제 소식을 전해주세요.”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위치한 ‘톨크 센트랄렌’ 사무실 한켠에서 한 청각장애인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수화로 이런저런 말을 전한다. 화면으로 장애인과 대화하는 이는 통신 중계사다. 그는 이 장애인의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음성으로 메시지를 들려준다. 스웨덴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인 톨크 센트랄렌에서는 청각 장애 등으로 통신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영상중계서비스와 문자-음성중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기관의 통신중계사인 예란 린드베리는 “톨크 센트랄렌은 1970년대 수화 통역사들이 장애인들의 통신을 돕자는 뜻으로 모여 결성된 뒤 현재 스웨덴 전역에 20여 곳이 있다”며 “선천적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할 줄 알아 영상중계서비스를 해주고 수화를 할 줄 모르는 노인이나 사고로 청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문자-음성중계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술 발달에도 사람이 제공하는 중계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했지만 청각장애인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기는 아직 힘들다. 아직 휴대전화 영상으로는 수화의 미세한 움직임을 잡아내기 어렵고 배터리 문제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영상중계서비스와 문자-음성중계서비스 외에 약간의 언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음성-음성중계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서는 언어장애자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가 중계사로 나선다.

스웨덴을 비롯해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들은 이런 중계서비스를 통신서비스의 보편적 접근권 보장으로 여겨, 이미 90년대 중반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췄다. 중계서비스를 위한 재원 마련 방식은 나라별로 조금 차이가 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은 국가가 통신중계서비스 비용을 부담한다. 이용자들은 일반 전화 통화비만 내면 중계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스웨덴 현지 교민인 한인숙씨는 “스웨덴은 누구든지 함께하는 ‘통합’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로 대학 강좌에서도 수화 서비스가 제공되며 수화를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우편통신국(PTS)은 이 예산을 배정받아 입찰을 통해 통신중계서비스 제공 업체를 선정한다. 그래서 톨크 센트랄렌 외에도 문자-음성중계를 해주는 ‘에니로’, 음성중계서비스 전문 ‘텔레탈’ 등 민간업체들도 있다. 에니로의 문자중계서비스 담당자인 마리아 발리우스는 “25년 전부터 문자중계서비스가 시작됐다”며 “지난해의 경우 매달 평균 3만5천여건을 처리했는데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로 문자중계서비스 이용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은 연방법에서 중계서비스의 기능, 기금 운용 기관, 중계사의 자격 등을 정해놓고 개별 주마다 각각 다른 법령과 재원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중계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주민들은 중계서비스에 사용되는 기금 마련을 위해 가산세를 낸다.

스웨덴 우편통신국은 새로운 통신기술이나 장치가 등장하면 장애인 단체, 보조공학 업체 등과 함께 접근성을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계서비스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도 주관한다. 올해 초에는 장애인 및 소비자 단체와 청각 및 언어장애인의 영상 통화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주제로 삼성, 엘지, 소니-에릭슨 등이 생산한 3세대 이동전화 단말기에 대한 평가를 했다. 1995년에 설립된 스웨덴의 청각·언어장애 분야 통신 보조기기 업체인 옴니토르는 최근 우편통신국과 함께 중계서비스를 좀더 원활하게 제공하는 ‘콜 다이렉트’라는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업체의 군나르 헬스트룀 대표는 이에 대해 “중계사가 송신자의 메시지를 받아 적은 뒤 다시 수신자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라 송·수신자를 자동으로 연결해 중계사가 중간중간에 바로 통역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편통신국은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텔레비전, 휴대전화기 등을 통해 시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을 시험 중이다.

<끝>


스톡홀름/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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