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필리핀 세부 나가시에서 열린 화력발전소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발파 버턴을 누르고 있다.(왼쪽)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70㎞ 떨어진 말라야 발전소의 통제실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한전 제공, 말라야/김영희 기자
한전 전력수출 현장
필리핀 루손·세부 이어 민다나오 발전소도 따내
나이지리아도 수출…건설업체 동반 진출 ‘시너지’
필리핀 루손·세부 이어 민다나오 발전소도 따내
나이지리아도 수출…건설업체 동반 진출 ‘시너지’
필리핀에서 나이지리아까지…. 한국전력이 세계 곳곳에 빛을 밝히고 있다. 전력 수출을 통해서다. 동반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발전소 건설 공사를 따내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14일 오전(현지시각) 필리핀 세부의 나가시에서 세부 주지사를 비롯한 현지 주민들과 한국전력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전소 기공식이 열렸다. 이 발전소는 한전이 60%의 지분과 전체운영을 맡는 200㎿급 화력발전소이다. 그웬돌린 가르시아 세부 주지사는 전략난 해소는 물론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세부섬 등 중부 바시아스 지역의 전력수요가 지난해 9% 증가하는 등 전력이 절실하다”며 “공사기간에 하루 수백명의 고용창출까지 가져오는 기회”라고 말했다.
자연 휴양지로 유명한 필리핀 중부의 세부섬은 화려한 리조트가 즐비한 곳이다. 하지만 한발자욱만 나서면 녹슨 함석지붕 밑에 외국기업의 농장에서 하루 일당 4~5달러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바랑가이(동네)가 끊임없이 펼쳐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굴삭기가 땅을 파기 시작하자 동네 꼬마들을 포함해 수백명의 주민들이 몰려들어 마치 마을잔치를 방불케 했다. 발전소에 거는 필리핀 정부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대접 또한 극진했다. 전날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이원걸 한전 사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며 특별만찬을 열었고, 이동 때마다 호위차량을 붙여줬다. 말라야, 일리한, 나가(지분참여)에 이어 세부 발전소까지 맡으며 필리핀 전체 전력의 15%를 공급하는 2위 민간발전업체로 자리잡은 한전의 위상 덕이다.
한전의 국외진출은 말라야 중유발전소 성능 개선사업을 맡은 지난 95년 시작됐다. 일본 미쓰비시가 지은 이 발전소는 당시 수십년간 필리핀전력공사가 운영을 맡으며 고장에 고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한전 필리핀법인의 이강원 사장은 “한전이 개선공사와 운영을 맡으며 인수 당시 28%와 32%에 머물던 1, 2호 발전기 효율이 각각 35% 이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원걸 사장은 이번 방문 때 남부지역인 민다나오섬 발전소와 화산지대를 이용한 지열발전소 건설 요청도 받았다. 북부(루손섬), 중부(세부섬)에 이어 1850㎞길이의 섬나라 전역에 한전의 전력이 미치게 되는 셈이다. 정치적 불안과 몇몇 업체의 과점 및 가격규제 문제 등이 뒤얽혀 있긴 하지만, 이원걸 사장은 “자본만이 아니라 기술을 갖고 있어 혼란기에 기회는 더 크다”고 말했다.
말라야의 경험은 국외진출을 가속화시켰다. 99년 한전은 일리한 발전소의 지분 51%와 함께 건설 및 운영권을 따내 오는 2022년까지 운영 중이다. 세부는 한전이 직접 9곳 배전업체와의 판매계약까지 맡았다. 말라야와 일리한의 초기 투자 비용은 이미 회수한 상태다. 이강원 사장은 “‘돈’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기서 얻은 국제적 신용”이라고 말했다. 중국 무척과 산시성, 레바논, 나이지리아 등의 발전소 건설이나 성능복구사업과 리비아·몽골·이집트 등의 송배전사업 용역 및 컨설팅 사업이 뒤따랐다. 한전은 2015년까지 국외 발전지분용량을 1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력 수출은 한전만의 ‘나홀로’ 진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경제적 부수효과도 뒤따른다. 일리한 발전소 건설 때는 대림·효성·현대중공업 등 업체 10곳이 함께 진출해 1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공사수주액을 따냈다. 이번 세부발전소도 두산중공업이 100% 건설을 책임지는 턴키계약으로 참여하는 등 10개 업체가 1억달러의 수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세부·말라야/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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