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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무차별 규제완화 위험하다”

등록 2008-04-01 20:19수정 2008-04-02 00:37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공정위 표창받은 김상조 교수
이명박정부 경제정책 ‘쓴소리’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경제개혁의 의지가 있었음에도 능력 부족으로 실패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철학 자체가 없다.”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이 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잇따라 발표한 대대적인 규제완화 방침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시장주의를 강조하지만, 과연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소장은 이날 제7회 공정거래의 날을 맞아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번 상은 권오승 전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인 올해초 결정된 것이다. 김 소장은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선진국 경우에도 경제가 성숙하면 사전적 규제 대신 사후적 감독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처럼 사전적 규제는 다 풀고 사후적 규율이나 감독마저 소홀히하면 시장은 규율의 공백상태에 빠져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친재벌에 편향된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규제 다 풀고 감독마저 소홀하면 시장 규율공백 빠져”
“금산분리 완화로 삼성 순환출자 구조 사실상 합법화”
“공정위 기능 축소는 하도급거래 불공정 해소의지 없다는 것”

-공정거래정책을 포함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을 해왔는데, 어떻게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됐는지 궁금하다.

=소액주주 권익보호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여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안다.


-참여정부의 공정거래정책과 금융정책을 평가한다면.

=삼성전자의 생산성이나 삼성생명의 자본력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 더욱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지만, 실제 두려운 것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데올로기 생산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재벌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이명박정권의 정책방향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제공한 이데올로기이다. 삼성의 이데올로기가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인식을 지배하면서, 다른 대안적 실험도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들고 있고, 이명박 정권의 탄생도 그 결과물이다. 노무현 정권이 개혁과 진보를 향한 진정성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하지 못하고 좌절한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참여정부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데올로기에 차츰차츰 젖어가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경제운용 철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채 제도와 집행의 일관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후퇴하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대표적인 예를 꼽는다면.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경우 3년 뒤 다시 평가를 해서 재벌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끝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예를 들면 출자총액제한제의 경우 타회사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25%에서 40%로 완화했다. 이러다보니 정책의 신뢰성을 잃었다.

-공정위나 금융위나 모두 시장에 대한 감독정책을 수행한다. 감독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기규칙에 대한 믿음을 줘서 시장 참여자들이 규칙에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규칙이 내일 당장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면 선수들은 규칙에 적응하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기 위해 로비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애초 의도와 관계없이 공정거래정책이나 금융감독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이다.

-출총제 폐지, 금산분리 원칙 완화 등 이명박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이명박정부도 감독정책의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도 보면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시장규율이나 사후감독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감독기구나 사전적 규제에 의존하다가 경제가 성숙하면 사전적 규제를 없애고 사후적 감독으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런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세심한 준비나 정교한 설계, 집행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처럼 사전적 규제는 다 풀고 사후적 규율이나 감독마저 소홀히해서 시장이 규율의 공백상태에 빠지면, 미시적으로 재벌총수들이 사익을 추구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거시적으로는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이 높아지면서 경제 전체의 시스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에서 규율의 공백상태는 정부로 비유하자면 무정부상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출총제를 사전적 규제라고 해서 폐지하는 대신 그 폐해를 막기 위해 공시를 강화해서 시장규율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착 시장규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 공시가 확대로 경영실적이 악화되거나 경영진이 불법을 저지른게 드러나면 1차로 주가 하락 등의 시장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재벌 총수들은 지배력 유지에 관심이 있지, 주가에는 큰 관심이 없다. 2차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이 일어나 경영진이 교체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은 어떻게 했나?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결국 출총제나 금산분리 등 사전적 규제는 다 풀리는데, 적대적 인수합병 같은 시장감시나 규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장감시나 규율과 관련해 경영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투자자 소송제도도 중요한데.

=기업의 내부거래 공시내용을 보고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소송제도를 통해 신속한 피해구제에 나설 수 있어야 시장감시와 규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그래서 포괄적 집단소송제도 도입이나 이중대표소송제도의 활성화,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말로는 시장감시나 규율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 작동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예로 지난 2005년 도입된 증권집단소송제의 경우 재계의 소송남발 우려가 높자 각종 남소방지 장치들을 강화한 결과 지난 3년간 단 1건의 소송도 없었다.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돼버린 것이다. 시장은 자유방임에 맡겨놓는다고 저절로 되는게 아니다, 세심한 설계와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기업조사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위반 혐의가 상당하고 피해가 큰 경우만 조사하겠다는 것은 작은 범죄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겠다는 말로도 들리는데.

=하도급거래는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나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대통령도 중소기업의 지원, 육성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기업조사 완화방침을 보면 실제로는 전혀 그럴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오로지 대기업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서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정책의 본질이 친재벌정책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금산분리 정책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여서 다른 사전적 규제와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 심지어 진정한 보수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도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금산분리 원칙을 가장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은행을 제외한 보험이나 증권 등 제2금융권에는 소유규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금산분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잘 모르는 얘기다. 금산분리 원칙은 사전적 소유금지로만 하는 게 아니고, 감독당국의 건전성 심사나 노조의 경영참여 같은 사회적 통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 보험사의 경우 제2금융권의 연차보고서를 보면 자산운용 내역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투자종목 하나하나 철저히 밝혀져 있어, 우리처럼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할 때 걱정되는 대주주의 사금고화가 불가능하다. 또 특수관계자끼리 거래를 할 때는 보험감독당국에 30일전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적 소유규제는 없지만 감독당국의 철저한 건전성 심사를 통해 실제로는 금산분리원칙이 지켜지는 것이다. 금산분리 원칙을 사전적 소유금지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다. 워렛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나 GE의 경우 비은행지주회사 산하에 금융자회사와 비금융자회사가 동시에 존재하지만 이들 자회사 간에 출자관계가 전혀 없고,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처럼 감독규율이나 시장규율, 사회적 통제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선진국처럼 사전적 소유규제를 풀어버리면 아주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삼성의 경우 비자금사건으로 특검을 받고 있는데,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삼성생명의 고객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이건희 회장 일가가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보험지주회사의 규제완화가 되면 삼성은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소유지배구조가 사실상 그대로 합법화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축제 분위기일 것이다. 특검은 삼성의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문제를 깨끗히 해결해주고, 이명박정권은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주는 셈이다.

-김대중 정권 후반기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를 했다가 재벌들의 계열사 출자나 금융회사 소유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커지니까 참여정부 들어 다시 강화한 적이 있다.

=금산분리 원칙 완화 같은 구조적 변화는 한번 바꾸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출총제 폐지와 지주회사제 완화로 출자가 이뤄지고 소유지배구조가 바뀌면 나중에 잘못되었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시장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해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전망한다면.

=한국사회의 발전이 꼭 진보진영에 의해서만 이뤄지라는 법은 없다. 이명박정권이 한국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은 법치주의 확립, 즉 법과 제도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인데, 이미 실패가 예고되고 있다. 노조에게 엄격한 법적용을 수시로 강조하면서 삼성의 위법행위에 대해 제대로 언급한 적이 한번도 없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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