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질 소비지출 2.38%↓…“실업대책 마련 시급”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지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불안한 앞날에 대처하기 위해 가계가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는 까닭이다. 소득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기업의 생산활동 둔화→고용감소→가계 소득감소로 이어져, 소비가 추가로 더 침체되는 경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이런 악순환의 골을 깊게 하지 않으려면, ‘고용감소와 소득감소’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특단의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1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조사를 보면, 전국가구의 물가를 감안한 실질 경상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0.46% 줄었다. 그러나 전국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3분기에 2.38%나 감소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율인 평균소비 성향도 77.5%로 1.4%포인트 하락해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소비성향은 2분위 계층을 제외한 전 계층에서 떨어졌다.
가계의 소비심리는 10월 이후 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0월 소비재 판매액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감소해, 5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의 11월 소비자동향 조사에서도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깊어지면서, 소비자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가 199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가계가 이처럼 지갑을 꽉 닫아버리는 것은 앞날에 대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큰 탓이다. 무엇보다 고용이 문제다. 지난 10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9만7천 명에 그쳤다. 경제성장률이 2%에 그칠 것을 예상되는 내년에는 고용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내년 초에는 성장률이 추락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만큼 고용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 실업대책과 소득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 가계의 고통과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내년도 고용사정은 날개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자영업자와 비정규직까지 실업대책이 절실하고, 고용보험도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28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감세보다 재정확대가 더 필요하다”며 “서민생활 안정과 실업대책부터 맨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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