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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분양…건설사 위기 ‘원인은 선분양제’

등록 2008-12-14 21:24수정 2008-12-14 21:24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15만7241가구다.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아 빈집이 많은 은평뉴타운 제1지구 아파트의 야경.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15만7241가구다.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아 빈집이 많은 은평뉴타운 제1지구 아파트의 야경.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열려라 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아파트 완공전에 부도나면 분양자가 피해 떠안고
업체들은 3년뒤 입주시점 경기 판단없이 사업진행
후분양제에선 경기위축 인한 역전세난·미분양 없어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최근 부동산 가격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각종 분양사고가 잇따르고,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으로 많은 가정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피해가 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주택 선분양제 때문에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잘 모르고 있다.

선분양제도 아래서 주택 수요자들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한까지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을 청약해 사게 된다. 그런데 완공 전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업체가 부도를 낼 경우 피해의 상당 부분을 분양자가 떠안아야 한다. 물론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분양을 보증하도록 하고 있지만, 입주 지연에 따른 분양자의 금전적·정신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주택업체의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말미암은 주택 보증사고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대한주택보증의 자료를 보면, 최근 3개월 사이 보증사고가 난 가구 수만 7천가구이고 사고 금액은 1조5877억원에 이른다. 올 들어 11월까지 일어난 보증사고 가구 수의 80%와 사고 금액의 68%에 이르는 수치다.

또 선분양제는 주택 소비자들이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후분양제에 비해 높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되므로 예산 제약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주택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동산 투기 붐이 극심할 때는 분양만 받으면 수억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나없이 주택 청약에 나섰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분양자들이 수억원의 빚을 지는 경우도 예사였다. 만일 극심한 청약 열풍이 불었던 판교새도시 주택을 지금쯤 후분양제로 공급했다면 2~3년 전과 같은 엄청난 고분양가에 청약할 가계가 얼마나 있었을까? 결국 주택업체들은 고분양가로 상당한 폭리를 취한 뒤 분양자들만 자산가치 급락과 엄청난 부채 부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곳곳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청약한 계약자는 집값은 떨어지고 은행 빚은 감당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입주 예정 아파트나 기존 주택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래가 마비되면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아파트든 전세로 돌려 최대한 금전적 손실을 줄이려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처지의 계약자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이 함께 빚어지는 것이다. 만약 후분양제였다면 이처럼 극심한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그러면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도를 쓸 때 건설업체들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선분양제는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한 주택사업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주택업체들은 3년 뒤 입주 시점의 주택경기에 대한 판단은 거의 하지 않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떴다방’이든 무엇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의 분양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욕과 무리한 사업 판단으로 택지를 사들여 분양을 시도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죽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게 된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집계한 올해 9월 기준 미분양아파트 15만7241가구 가운데, 4만436가구가 준공 뒤 미분양 물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분양제였다면 생겨나지도 않았을 미분양 물량이 11만7천여가구에 이른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후분양제를 하는 대다수 나라에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서 한국처럼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경우는 없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돈이 묶인 탓이 크다. 또한 2006년 이후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확대로 건설사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부실화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도 급증한 미분양 물량 탓이 크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는 매우 크다. 그런데도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를 따라 후분양제 실시는 계속 미뤄졌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 요구로 분양값은 자율화하면서도 함께 거론된 후분양제 전환을 늦춘 결과, 부동산 시장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오히려 재건축 후분양제를 폐지하는 등 후분양제를 무력화시켰다. 임기응변적 처방과 건설업계 특혜 주기에 골몰하는 정부가 현 경제위기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대인 부소장 cafe.daum.net/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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