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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올 24조 쏟아붓는 SOC ‘텅빈 컨벤션시설’ 꼴날라

등록 2009-01-04 22:00

고양시와 서울시,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대형 컨벤션시설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총사업비 2315억원을 들이고도 평균 실가동률이 50%를 밑도는 고양시 대화동의 킨텍스.  <한겨레> 자료사진
고양시와 서울시,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대형 컨벤션시설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총사업비 2315억원을 들이고도 평균 실가동률이 50%를 밑도는 고양시 대화동의 킨텍스. <한겨레> 자료사진
[열려라 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SOC=사회기반시설
수도권 경쟁적 컨벤션시설 조성…비용 대비 경제효과 낮아
건설엔 ‘펑펑’ 복지엔 ‘찔끔’…서민 위한 경기부양 재고해야

정부의 올해 예산안을 보면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지난해보다 26% 증액 편성된 24조7천억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처럼 대규모로 추진되는 많은 건설토목사업들이 정말 거액의 예산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들일까?

결론은 잠시 유보해 두고 경기도 고양시의 국제종합전시장(킨텍스) 건립 사업을 한번 살펴보자. 2005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 들어선 킨텍스 건립에는 총사업비 2315억원이 들어갔다. 고양시에 따르면 킨텍스에서는 2008년 1~9월 사이 모두 328건의 전시회와 컨벤션 행사가 열려 평균 가동률이 약 5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전시회 시설 설치 및 해체 기간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실제 가동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또한 대부분의 전시는 세미나나 심포지엄, 워크숍, 대학이나 기업의 내부행사 등 굳이 컨벤션센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전시였다. 이렇게 공간을 놀리다 보니 킨텍스는 몇 년째 여름에는 간이물놀이 수영장, 겨울에는 인공눈썰매장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킨텍스 제1전시장조차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국비와 도비의 지원을 받아 모두 3591억원(2009년 고양시 전체 예산 1조1483억여원의 31%에 해당)이 드는 같은 면적의 제2전시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계 수준의 국제컨벤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만㎡ 이상의 전시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더구나 제2전시장 건립사업은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만 참여한 가운데 업체들간 담합이 기정사실화된 턴키(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돼 총사업비의 30% 정도를 불필요하게 건설업체에 안겨줬다.

이런 건설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 하더라도 투입비용을 웃도는 효과를 산출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제1전시장 가동 현황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킨텍스 제2전시장 건립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편익 비율이 0.92로, 예상 경제적 효과가 투입한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을 정도다.

사실 대형 컨벤션시설 조성이나 확충 움직임은 고양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천시는 2017년까지 영종도 인천공항 인근에 전시시설만 20만㎡가 넘는 ‘영종전시복합단지’를 건립할 계획이고, 서울시도 잠실종합운동장~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코엑스 등을 잇는 컨벤션 벨트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가 모두 대규모 컨벤션센터 짓기 경쟁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컨벤션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에서만 이런 대규모 컨벤션 시설을 모두 채울 수요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킨텍스와 대각선 방향으로 불과 수백m 떨어진 고양시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이 운동장에는 약 12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고, 연간 운영예산은 22억여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경기장은 실업 축구팀인 고양 국민은행의 홈 경기가 연간 10여 차례 열리지만 관중은 거의 없고, 국제경기 대회 등의 일부 예선전이 연간 두세 차례 열릴 뿐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잔디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평소에 시민들이 축구경기장 안에 들어가 축구 등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도 없다. 1200억원의 예산을 탕진했지만 사실상 고양시민들에게 주는 효용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런 예산 낭비는 대부분 지자체에 공통되는 현상으로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돈 쓸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회복지 비용 등 한국의 사회지출 총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고, 한국의 교육비 지출은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에 머물고 있다. 반면 건설업 비중은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토건형 국가다.

한국의 사회복지 및 교육, 문화 인프라는 경제력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현 정권은 ‘747공약’을 내세우지만, 현실에서는 단돈 몇 만원의 지원이 아쉬운 빈곤층과 소외계층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정작 서민들을 지원하는 복지 인프라와 지식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교육 및 문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는 스크루지 영감처럼 인색하다. 그러면서도 ‘서민을 위한 경기부양책’이라며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을 남발하고 있다.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가는 경기 부양인지 의심스럽다.

선대인 부소장(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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