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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어려울수록 ‘한탕주의 정책’ 유혹 경계해야

등록 2009-01-12 13:44수정 2009-01-12 13:45

 미국 금융산업 실업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앞 월가에서 ‘미국을 구제금융하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과 트럼펫을 들고 행인에게 구걸하는 행위예술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미국 금융산업 실업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앞 월가에서 ‘미국을 구제금융하라’는 글귀가 적힌 팻말과 트럼펫을 들고 행인에게 구걸하는 행위예술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진단&전망]
큰위기 처하면 합리적 해결보다 로또에 관심갖듯
국가도 ‘비이성적 도박’ 정책 남발할 가능성 높아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서브프라임론 사태는 2008년에 들어서면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되었고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고 있으며 주가도 폭락했다. 실물경제도 급속히 냉각되어 대부분 선진국들은 올해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경제국 역시 대폭적인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물론 한국 경제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한국 경제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국내외 경제적 상황이 갑자기 바뀔 리는 만무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조되던 경제위기가 오늘 아침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호전될 리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현실은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사람들의 인식과 기대는 해가 바뀜으로 해서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어렵고 힘들수록 사람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무리한 기대를 갖기 쉽다. 평상시에는 로또 복권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사람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갑자기 로또 복권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개인이든 기업의 경영자든 실제로 이런 경험이나 유혹을 느껴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한탕주의적 도박에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현실을 부정하려는 심리와 어려운 현실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조급증이 깔려 있다. 그 결과 평상시에는 생각하기 힘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비이성적 행동이 문제를 해결해줄 리는 만무하다. 아무리 로또 복권을 산다 한들 당첨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실낱 같은 희망을 걸었던 로또 복권이 꽝이 되면 파국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여 감당하기 힘든 큰 손실을 본 사람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큰 손실을 본 현실을 부정하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착각한다. 잘못된 현실은 곧바로 수정될 것이며 자신의 손실도 곧 만회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래서 큰 손실을 본 사람일수록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더욱더 한탕주의 도박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거짓 정보나 사기적 루머 또는 엉터리 정책 선동에 평상시보다 훨씬 쉽게 걸려든다.

이런 도박적 심정은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든 국가든 모두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경영자든 노조든 현실을 자꾸 부정하려 한다. 자신들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성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무리한 편법이나 감정적인 해법을 선택하기 쉽다. 그로 인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올바른 해법도 찾지 못한 채 악순환의 구렁텅이로 더욱 빠져들게 된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주의가 덜 발달한 정치 후진국일수록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비이성적인 도박적 정책 남발로 위기가 더욱 심화되기도 한다. 이들 국가는 현실의 경제위기를 끊임없이 부정하려 하며 자신들의 잘못이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위기를 한방에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한탕주의 도박적 정책들을 남발한다. 물론 선진국의 경우도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란 공간적으로는 모든 지역과 국민 전체를, 시간적으로는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의 자식세대를 포함한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문제해결 또는 이해조정 방법론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을 만들어 입법화하기까지는 많은 연구와 토론을 거쳐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정책은 시공간적으로 일관성과 지속성을 지니게 된다. 정책이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바뀌거나 남발되지 않는 것이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 잘못되면 그 부작용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몇 해 동안 지속될 수도 있으며 대응을 잘못할 경우에는 나라를 말아먹을 수도 있다. 작금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무리한 금융규제 완화라는 중차대한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것처럼 말이다.

김광수 소장(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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