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로 가는 길
<1부> 그린경제 현주소
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1부> 그린경제 현주소
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
온난화로 뜨거워졌던 지구가 이제는 ‘그린경제’ 바람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명분과 새로운 경제 돌파구라는 실리를 둘러싼 경쟁은 ‘소리없는 전쟁’이라 불릴 정도다. 기업들도 그린 테크놀로지를 앞세워 ‘녹색변환’에 분주하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그린경제는 요소투입형 위주로 성장해온 기존 경제를 뒤바꿔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와 국외 사례들을 통해 ‘저탄소’와 ‘녹색성장’의 균형을 갖춘 그린경제의 길을 모색해본다.
대체에너지·저탄소 정책 피할 수 없는 대세
한국도 “2012년까지 50조원 투자” 깃발 펄럭
4대강 정비 등 아무데나 ‘녹색성장’ 붙여 문제 “관료들 입에서 녹색성장과 관련해 기대섞인 전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팡팡 뛰었다. 지금 거론되는 관련주 중 몇개나 실제 수혜를 입을지는 회의적이다.”(한 증권회사 수석연구원) “보통 대기업들이 정부의 연구개발 과제엔 관심없거나 나눠먹기식으로 하기 마련인데, 몇달전 신재생에너지 과제를 정할 때 대표 라이벌 대기업 두곳이 막판까지 양보없이 맞붙는 걸 보고 놀랐다. 그만큼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지하다는 것 아니냐.”(지식경제부 간부) 지난해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한 이래, 태양광주·풍력주에서 4대강 정비 관련주까지 온갖 주식들이 ‘녹색’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급등세를 보였다. ‘여의도에선 이미 녹색성장주가 버블단계’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또 한편에선 녹색성장이 침체를 맞은 실물경기의 돌파구이자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주장도 강하다. 기업들의 녹색성장 관련 신사업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지금 그린버블과 녹색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다. 90년대 교토의정서로 촉발됐지만, ‘그린경제’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한 직접적 계기가 지난해 금융위기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출범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엘지경제연구원 이광우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장기적으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주요국들이 그린 뉴딜에 뛰어들었다”며 “비오펙의 원유생산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환경문제 악화로 저탄소 사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압력이 계속 커져 그린뉴딜 트렌드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그린에너지 산업에 150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일자리 5백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60~80% 감축하겠다고 밝힌 일본의 후쿠다 비전, 신재생 에너지기술 개발을 각각 ‘제4차 기술혁명’과 ‘제3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한 영국과 독일의 그린뉴딜 계획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우리 정부는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해 96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400개의 그린기업 육성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도 숨가쁘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발벗고 나선 구글, 150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팔아온 도요타 등 선진기업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차가 곧 아반떼 하이브리드카를 내놓고, 엘지화학이 지엠과 하이브리드카용 2차전지 공급계약을 맺는가 하면 포스코의 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없앤 파이넥스 공정 개발 등 몇몇 분야에선 선진기업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0년 탄소배출권 시장이 1500억달러, 모건스탠리는 신재생에너지시장이 2020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나 신기술 개발도 에너지 생산과 전달 및 활용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슬로 연결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몇년전 울릉도에 설치됐던 500㎾급 풍력발전기 하나가 5만㎾를 쓰는 섬 전체 전력을 끊어놓은 적이 있다. 바람이 없어 풍력기가 꺼질 때마다 대신 돌아야 하는 엘엔지 발전기가 과부화된 탓이다. 한국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의 김봉균 팀장은 “생산량 변동이 심한 신재생에너지는 이를 저장하거나 최적시간에 배분해주는 기술이나 스마트그리드 같은 체계가 전제되어야 안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지금의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저탄소’가 수식어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747 성장’을 대체하는 화두로 등장한 탓에 4대강 정비 같은 정책까지 녹색성장이란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원전 확대와 같이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정책까지 끌어들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도 정부는 기업들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히는 데 소극적이다. 실제 유럽의 기후관련 엔지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수준을 56개국 가운데 48위로 평가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기관의 한 팀장은 “정부 정책은 지나치게 수출품목 육성에만 치우친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내시장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탄탄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녹색성장과 그린버블의 갈림길은 ‘저탄소’에 대한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한국도 “2012년까지 50조원 투자” 깃발 펄럭
4대강 정비 등 아무데나 ‘녹색성장’ 붙여 문제 “관료들 입에서 녹색성장과 관련해 기대섞인 전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팡팡 뛰었다. 지금 거론되는 관련주 중 몇개나 실제 수혜를 입을지는 회의적이다.”(한 증권회사 수석연구원) “보통 대기업들이 정부의 연구개발 과제엔 관심없거나 나눠먹기식으로 하기 마련인데, 몇달전 신재생에너지 과제를 정할 때 대표 라이벌 대기업 두곳이 막판까지 양보없이 맞붙는 걸 보고 놀랐다. 그만큼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진지하다는 것 아니냐.”(지식경제부 간부) 지난해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한 이래, 태양광주·풍력주에서 4대강 정비 관련주까지 온갖 주식들이 ‘녹색’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급등세를 보였다. ‘여의도에선 이미 녹색성장주가 버블단계’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또 한편에선 녹색성장이 침체를 맞은 실물경기의 돌파구이자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주장도 강하다. 기업들의 녹색성장 관련 신사업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지금 그린버블과 녹색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다. 90년대 교토의정서로 촉발됐지만, ‘그린경제’가 세계적 화두로 등장한 직접적 계기가 지난해 금융위기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출범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엘지경제연구원 이광우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투자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장기적으론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주요국들이 그린 뉴딜에 뛰어들었다”며 “비오펙의 원유생산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환경문제 악화로 저탄소 사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압력이 계속 커져 그린뉴딜 트렌드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그린에너지 산업에 1500억달러를 투자해 신규 일자리 5백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60~80% 감축하겠다고 밝힌 일본의 후쿠다 비전, 신재생 에너지기술 개발을 각각 ‘제4차 기술혁명’과 ‘제3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한 영국과 독일의 그린뉴딜 계획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우리 정부는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해 96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400개의 그린기업 육성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도 숨가쁘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발벗고 나선 구글, 150만대의 하이브리드카를 팔아온 도요타 등 선진기업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차가 곧 아반떼 하이브리드카를 내놓고, 엘지화학이 지엠과 하이브리드카용 2차전지 공급계약을 맺는가 하면 포스코의 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없앤 파이넥스 공정 개발 등 몇몇 분야에선 선진기업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관련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10년 탄소배출권 시장이 1500억달러, 모건스탠리는 신재생에너지시장이 2020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나 신기술 개발도 에너지 생산과 전달 및 활용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슬로 연결하지 않는 한 의미가 없다. 몇년전 울릉도에 설치됐던 500㎾급 풍력발전기 하나가 5만㎾를 쓰는 섬 전체 전력을 끊어놓은 적이 있다. 바람이 없어 풍력기가 꺼질 때마다 대신 돌아야 하는 엘엔지 발전기가 과부화된 탓이다. 한국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의 김봉균 팀장은 “생산량 변동이 심한 신재생에너지는 이를 저장하거나 최적시간에 배분해주는 기술이나 스마트그리드 같은 체계가 전제되어야 안정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지금의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저탄소’가 수식어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747 성장’을 대체하는 화두로 등장한 탓에 4대강 정비 같은 정책까지 녹색성장이란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원전 확대와 같이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정책까지 끌어들이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도 정부는 기업들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히는 데 소극적이다. 실제 유럽의 기후관련 엔지오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수준을 56개국 가운데 48위로 평가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기관의 한 팀장은 “정부 정책은 지나치게 수출품목 육성에만 치우친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내시장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탄탄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녹색성장과 그린버블의 갈림길은 ‘저탄소’에 대한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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