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소유구조
대우건설 재매각 여파 25년 ‘형제경영’ 전통 막내려
박찬구회장 법정대응할수도…신임회장 능력도 의문
박찬구회장 법정대응할수도…신임회장 능력도 의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형제 경영’이란 아름다운 전통이 결국 ‘형제의 난’으로 깨졌다. 금호그룹은 지난 1984년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뜬 뒤 형제들끼리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갖는 동업 체제와 경영권을 형제들이 차례로 물려받는 전통을 25년 동안 유지해왔다. 그러나 28일 박삼구 회장이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도 동반퇴진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얼룩지게 됐다.
■ 형제간 갈등 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대우건설 재매각이 결정된 지난 6월 말부터였다. 박찬구 회장과 아들 박준경(31) 금호타이어 부장은 이달 들어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파는 대신에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이들 부자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10.01%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18.47%로 높아졌다.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35)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도 지분율은 11.77%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기타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그룹 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실질적인 지배회사다. 이 때문에 관련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박찬구 회장 쪽의 경영권 승계 압박’이라거나 ‘계열분리를 위한 수순’이라는 등의 온갖 해석이 난무했다.
실제 이들 형제간의 골은 상당히 깊게 파여 있었다. ‘형제 경영’ 전통대로라면, 박삼구 회장이 65살이 되는 내년 말이면 박찬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차례였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이날 박찬구 회장을 두고 “아무나 형제경영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사들일 때부터 양쪽이 갈라졌다고 추측한다.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외형확장이 불러온 그룹 경영위기와 관련해, 박찬구 회장이 ‘책임 추궁’ 차원에서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이다.
■ 동반퇴진 파장은? 일단 박삼구 회장 쪽은 가족회의를 통해 고 박성용, 박정구 회장 자녀들 의견까지 모아 박찬구 회장 해임을 결정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형제의 동반퇴진으로 ‘형제의 난’이 쉽게 봉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찬구 회장 쪽이 해임 결의안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거나, 금호석유화학 1대 주주 자격을 무기로 ‘재반격’에 나서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박찬법 전문경영인 체제가 대우건설·금호생명 매각 등 굵직한 그룹 내 위기상황을 순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박찬법 신임 회장은 1969년 금호타이어 전신인 ㈜금호에 입사해 미국 영업담당 이사 등을 거쳐, 1990년부터는 아시아나항공에서 근무해왔다. 박삼구 회장은 “40년 넘게 근무한 전문경영인으로 나보다 그룹을 더 잘 안다”고 강조했지만, 항공분야를 제외한 다른 쪽 경영능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박찬법 신임 회장의 이력으로 볼 때, 박삼구 회장이 경영 2선에서 실질적으로 그룹을 지휘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호그룹의 앞으로 전망은 ‘안갯속’이다. 다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인수 등 확장적 경영에 참여했던 최고경영진이 경영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앞으로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른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금호그룹으로선 ‘형제의 난’이라는 나쁜 이미지로 인한 타격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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