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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장 자동화 ‘손사래’…“고용안정이 우선이죠”

등록 2010-04-05 19:35수정 2010-05-18 09:54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에 있는 두리화장품 금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종류별 용기에 제품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에 있는 두리화장품 금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종류별 용기에 제품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금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착한 기업’이 경쟁력이다] 두리화장품





130여 직원 모두 정규직
경쟁 심해져 매출 줄어도
“사기 최우선” 임금 더올려

연구개발비 2년새 두배로
터키 등 신규시장 개척도

‘퍼억, 퍼억, 퍼억….’ 네 명의 남자들이 물기 머금은 자루를 바닥에 메쳤다. 이들은 연신 굵은 땀방울을 닦으며 자루에 담긴 내용물을 은빛 스테인레스로 만든 탱크에 밀어 넣었다. 자루 안에 담긴 10여 가지 한방약재들을‘추출기’인 탱크에 집어 넣는 작업이다. 다른 쪽 포장라인에선 직원 두 명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나오는 샴푸용기를 쥐고 일일이 손으로 뚜껑을 돌려 닫고 있다. 또다른 한쪽에서는 제품을 손으로 상자에 넣고 있었고, 다른 쪽에선 그 상자를 손으로 날라 더 큰 상자에 담았다.

홈쇼핑을 통해 탈모 방지 한방샴푸인 ‘댕기머리’로 유명해진 두리화장품의 충남 금산 공장에는 그 흔한 자동화 설비가 보이지 않는다. 거의 모든 공정이 사람 손을 거치고 있다. 이 사업장에 자동화된 공정이라고는 샴푸원액을 추출해서 플라스틱용기에 넣는 과정 뿐이다.

“자동화로 당장 매출이 수억 원 늘어나면 뭐합니까. 미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없으면 우리가 팔 물건들이 없어지는 꼴인데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에게 이병수 대표이사 사장은 “절대 자동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130여명의 생산직 직원을 둔 두리화장품은 지난해 4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 수가 비슷하면서도 자동화 설비를 갖춘 덕에 1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다른 생활용품 업체에 견주면 그리 좋은 실적은 아니다.

“솔직히 손 작업 때문에 매출에 비해 이윤율은 높지 않습니다. 갈수록 인건비와 원료비는 올라가는데, 손 작업만으로 하니까 하루 생산량은 정해져 있고…. ‘효율이 떨어지니까 이제는 자동화를 해야 한다’고 건의하는데, 사장님이 계속 단호히 거부하십니다.” 조혜경 기획담당 상무의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사장은 경영 효율화와 생산성 강화로 위기를 돌파하자는 임원들과 다투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이 사장은 ‘공장 자동화보다는 고용 안정이 우선’이라는 말로 그들을 설득시킨다. 그의 이런 고집스러움은 더 많은 채용, 모든 직원의 정규직화를 이룬 바탕이 됐다. 정기영 생산담당 상무는 “우리 회사는 강아지도 정규직”이라며 웃었다.

두리화장품은 한방샴푸 ‘댕기머리’가 지난 2004년 홈쇼핑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일어선 기업이다. 2006년 21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해마다 20% 넘게 증가해 2008년 4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직원 월급도 해마다 10%씩 올랐다.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광고없이 홈쇼핑만을 통해 이룬 성과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태평양, 엘지(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이 한방 추출물을 첨가한 두발제품들을 일제히 출시하면서 독무대였던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탓이다. 매출 증가율은 10%선 이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회사는 생산직원 임금을 지난해 15% 더 올렸다. 직원 사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 사장의 신념이 ‘어려울 수록 더 많은 월급’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에게 기업은 ‘더 많은 채용, 더 많은 월급’을 뜻한다. 기업이 고용 안정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자동화는 결국 직원을 내보내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이런 원칙을 마음에 굳게 새긴 것은 창업 때부터다. 지난 1999년 창업 직후 판매망이 여의치 않아 곤란에 빠졌다. 직원 4명에게 석달가량 월급을 주지 못했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직원들 얼굴을 보면서 ‘사장과 직원 사이는 가까울수도 있지만, 단번에 멀어질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단다. 날로 쌓여가는 빚 때문에 “차라리 회사를 넘기라”는 채권자들에게 그는 고개를 숙이며 “회사를 넘길 테니 가족 같은 직원들 고용은 꼭 보장해 달라”고 애걸했다. 채권자들은 그의 마음을 읽고 다시 기회를 줬다. 그 뒤 직원들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회사 살리기에 매진했다.

두리화장품은 ‘금산의 삼성, 엘지(LG)’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직원들 마음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멀리 서울에서도 두리화장품을 찾아 올 정도다. 제품검사실의 김성훈 연구2팀장은 서울의 유명 외국계 생활용품업체에 다니다가 지난 2월부터 두리화장품에 합류했다. 그는 “안정적인 일자리에다, 연구·검사 시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발길을 옮기게 했다”고 말했다. 2006년에 입사한 김정화 사원은 “주변 지인들이 빈 자리가 없냐고 만날 물어올 정도”라고 자랑했다. 그는 자녀들에게 30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회사가 고맙다. 요즘은 회사에서 학자금을 모두 대준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더 설렌다.

두리화장품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14억원을 투자했다. 2년 사이 갑절 늘어난 규모다. 대기업들의 공세에 맞서려면 제2의 댕기머리 등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이 급선무다. 올해는 터키를 시작으로 수출길도 뚫었다. 연구개발과 시장개척에 두리화장품의 모든 직원들이 밤낮없이 뛰는 것은 어쩜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이병수 사장은“앞으로 수출을 확대할 것이지만, 절대 국외로 사업장을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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