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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64년 간장명가, 더불어 사는 맛도 깊어졌네

등록 2010-04-15 21:18수정 2010-05-18 09:59

샘표식품은 직원을 뽑을 때 2시간짜리 요리 면접을 통해 인성이나 리더십 등의 자질을 평가하고 있다.  샘표식품 제공
샘표식품은 직원을 뽑을 때 2시간짜리 요리 면접을 통해 인성이나 리더십 등의 자질을 평가하고 있다. 샘표식품 제공
[착한기업이 경쟁력이다] 샘표식품
“사람이 먼저”…경영 어려워도 인력감축 안해
협력업체와 동반성장 위해 기술고문 등 지원





64년 역사의 샘표식품은 임원과 사무직원들이 일하는 번듯한 자가사옥이 없다. 장류업계의 선두주자로 지난해 18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0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인데도, 서울 시내의 한 빌딩에 몇개층을 임대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경기도 이천군에 있는 공장은 다르다. 공장 안에 문화·예술 감상 공간인 ‘샘표 스페이스’가 있다. 이곳에서는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현장 직원들이 마주앉아 ‘작가와의 대화’를 수시로 열기도 한다.

한 눈 팔지 않고 1946년부터 장류만을 고집해 온 샘표식품의 경영방식은 유별나다. 무엇보다 가장 고집스러운 것은 ‘사람중심주의’일테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게 ‘인력 감축’이다. 하지만 샘표는 64년 동안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다. 3세 경영인으로 1997년부터 샘표식품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박진선 사장은 “기업 활동의 목표가 매출과 이익의 극대화라고들 하죠”라며 입을 열었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경영학 교과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기업인들은 성장과 이익을 향해 뛰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기업은 지역사회 공동체에 속한 인격체라고 봐요. 한 인간이라고 본다면,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것만 생각하는 것은 ‘돈 버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거죠.”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는 생산물의 화폐적 가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기업 구성원인 직원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 또한 기업만이 낼 수 있는 부가가치라는 설명이다.

샘표는 직원을 채용할 때도 ‘사람됨’을 중심에 놓는다. “많은 다른 기업인들이 ‘저 사람 왜 저래?’하는 표정으로 보더군요.” 박 사장은 지난 1999년 공채에서 ‘남녀 차별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를 떠올렸다. 남녀고용평등법이 1987년부터 시행됐지만, 당시에는 기업들이 실제 채용에서 남녀 차별을 당연시 했었다. 박 사장은 “여성 인재가 더 못한 게 아닌데,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그들을 뽑지 않으려고 하니 여성 인재를 차별없이 뽑는다면 우리에게 좋은 인재가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남녀 차별을 과감히 없앴다고 설명했다. 샘표식품은 공채 과정에서 학벌이나 출신 지역을 절대 고려하지 않는다. 그 일환으로 실시하는 게 ‘요리면접’이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드는 면접 방식이지만, 인성과 리더십 등을 평가하는 데는 그만한 방법이 없다는 게 샘표식품 쪽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요리 면접을 거치다보면, 부유한 집안에서 공부만 하다 자란 사람과 어렵게 자랐지만 이 회사에서 꼭 일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묻어나는 사람이 단번에 보인다”고 귀띔했다.

협력업체와의 동반 성장 역시, 샘표식품이 추구하는 기업 인격체로서 핵심가치 가운데 하나다. 샘표식품에는 협력업체의 기술 고문 등을 위해 20여명의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이들은 협력업체에 상주하며 제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 등을 개발해주는 일을 한다. 협력업체는 절대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박진선 사장은 “기업을 인수하면 겹치는 인력이다 뭐다 해서 사람부터 잘라야 하지 않느냐”며 “안정적인 거래로 협력업체가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우리로서도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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