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논란은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 여당의 복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사진은 전교생 무상급식이 실시된 지난 9월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덕은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배식받고 있는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여야 온도차 있지만 큰틀 이견 없어
공공복지지출 수준 GDP 8.3% 그쳐
전문가 “조세부담률 더 끌어올려야”
공공복지지출 수준 GDP 8.3% 그쳐
전문가 “조세부담률 더 끌어올려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증세논쟁’이 들끓고 있다. 복지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1단계 논쟁은 ‘부자감세 철회’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7일 오는 2012년 시행 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의 추가 감세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다, 감세 철회를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들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어, 오는 15일 열릴 예정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적극적 증세를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커지고 있다. 빠르게 늘고 있는 복지지출 수요를 감당하려면 감세 철회 정도로는 부족한 탓이다. 증세 방안을 둘러싼 2단계 논쟁은 이번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다음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증세 논쟁의 배경과 증세 방안을 둘러싼 논란들을 정리해본다.
‘복지국가’는 애초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만 주장했던 구호였다. 참여정부는 2006년 복지 확대를 뼈대로 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뭇매를 맞고, 추진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접어야 했다. 하지만 5년도 안 돼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하며 소득 7분위(70%)까지 아우르는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아예 ‘보편적 복지’(모든 국민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것)를 당헌에 포함시켰다. 대표적 보수 정치인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복지국가’를 자신의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핵심 키워드가 ‘복지’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런 흐름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층 심각해진 양극화와 갈수록 빨라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 등으로 복지 확대의 필요성이 점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 당시의 ‘무상급식’ 논란은 일반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 ‘친서민’ 기조로 선회한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 문제는 재원 마련 문제는 복지 확대에는 ‘돈’이 든다는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발표한 ‘양육수당 70% 가구까지 확대’에는 3000여억원(한나라당 추산),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초·중학교)은 1조9000억원, 무상교육(고등학교)은 2조4000억원의 예산이 매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향후 5년 동안 총 75조8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된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05년 기준) 공공복지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0.6%인 반면, 우리나라(2008년 기준)는 8.3%에 그치고 있다. 총생산의 12.3%, 즉 대략 120조원 정도의 추가 지출을 해야 회원국 평균 정도의 복지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쟁점은 자연스럽게 재원 마련 방안으로 옮아가고 있다. 여당 안에서 2012년 시행 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감세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복지 확대’와 ‘감세’가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고소득층을 상대로 한 증세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예산 담당 부서인 재정부는 공식적으로 ‘감세정책 유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복지요구는 여야와 부처를 가리지 않고 있다”며 “세입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5년 정도만 지나도 (재정이)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재정, 증세냐 나랏빚이냐 재원 마련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조세·국민부담률을 높이거나,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 ‘미래비전 2040’ 보고서에서 “복지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2040년 17.7%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2013년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을 고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2013년 35.9%에서 2040년 110%로 급등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고정하면 국민부담률이 27.4%에서 33.3%로 상승한다”고 예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은 대부분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국가채무도 어느 정도 늘리는 절충안을 택했다”며 “세금을 적게 내고 적은 복지혜택을 누릴 것이냐, 많이 내고 많은 혜택을 누릴 것이냐는 결국 국민들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낮은 조세부담률’ ‘복지 확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과)는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현재 19%선에서 최소 21~22% 정도로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예산 담당 부서인 재정부는 공식적으로 ‘감세정책 유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복지요구는 여야와 부처를 가리지 않고 있다”며 “세입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5년 정도만 지나도 (재정이)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복지재정, 증세냐 나랏빚이냐 재원 마련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조세·국민부담률을 높이거나,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 ‘미래비전 2040’ 보고서에서 “복지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은 2040년 17.7%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2013년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을 고정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2013년 35.9%에서 2040년 110%로 급등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고정하면 국민부담률이 27.4%에서 33.3%로 상승한다”고 예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은 대부분 조세부담률을 높이고 국가채무도 어느 정도 늘리는 절충안을 택했다”며 “세금을 적게 내고 적은 복지혜택을 누릴 것이냐, 많이 내고 많은 혜택을 누릴 것이냐는 결국 국민들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낮은 조세부담률’ ‘복지 확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과)는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기적으로 조세부담률을 현재 19%선에서 최소 21~22% 정도로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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