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기자
[현장에서]
“내일 회의 있나요? 몇 시에 열리나요? 그럼, 언제 알 수 있나요?”
지난 8일부터 나흘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통상장관 회의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진행되는 동안 가장 많이 한 질문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기획홍보과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팀에 온종일 번갈아 전화하며 앵무새처럼 묻고 또 물었다. 이 간단한 질문의 답은 놀랍게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만이 알고 있다”였다. 김 본부장이 회담 일정을 실무진에게 알려줄 때까지 기자들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협상 내용은 물론 회의 일정을 공개하는 데도 인색했다. 그는 국회와 국민에게 협상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설명해야 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절차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두 나라의 공식 재협상이 시작된 뒤 국회가 미국의 제안을 문의하자 ‘양국간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그 세부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언론 브리핑은 지난 8일 딱 한번 6분 동안만 했을 뿐이고, “중요한 진전이 있으면 수시로 브리핑한다”는 약속도 그후 지키지 않았다. 재협상의 1차 ‘마감 시한’을 넘겨 연장하기로 발표한 11일에도 외교부는 ‘오늘 한-미 에프티에이 관련 브리핑은 없음’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입을 닫았다.
협상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상대방인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동행취재차 온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협상이 연장된 배경 등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는 “(김 본부장과)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를 논의했는데 남은 시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무역대표부는 재협상에 앞서 미 상원 보좌진에게 공식 제안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브리핑도 열었다.
김 본부장은 “저는 국민의 높은 관심을 유념하며 협의에 임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도, 여론을 수렴하는 언론도 무시한 채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홀로’ 재협상할 권한을 누가 그에게 주었는가.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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