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미래포럼에서 ‘벤처기업 성공의 조건’을 주제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철수 교수 ‘성공조건 특강’
“세계는 지난 3년 동안 급변했는데 우리는 거의 갇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벤처 기업가인 안철수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는 이날 ‘벤처기업 성공의 조건’이란 오찬 특별강연에서 “한국 벤처산업은 세계적 흐름에서 소외된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다”는 어두운 진단을 먼저 꺼냈다.
스마트폰이 상징하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시장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데 국내 기업환경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그 이유를 첫째 ‘벤처·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능력 부족’에서 찾았다. 또 제도적 뒷받침을 포함해 벤처금융, 교육 등의 ‘인프라 부족’에다, 여전한 ‘대-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도 이유로 꼽았다.
안 교수는 해결책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우선 경영인의 능력 부족을 해결하려면, 가치관은 같지만 성향이나 전문 영역은 서로 다른 2명 이상이 모여 함께 창업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또 최근 정부에서 청년실업 해소 대책으로 내놓은 ‘1인 창조기업’과 관련해 “이미 과거 사례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다”며 스스로 겪은 창업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의 세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좋은 사람’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 ‘점진적인 접근’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공급자나 경영자가 아닌 시장과 소비자가 바라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꺼번에 큰 시장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틈새시장’에서부터 ‘작은 성공들’을 쌓아갈 것을 권고했다. 친환경 농자재 은행인 ‘흙살림’의 이태근 회장은 안 교수의 강연을 들은 뒤 “20여년 기업을 경영해왔는데, 내가 바라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와 시장이 바라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은 실제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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