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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삽날도 튕겨나간 얼음땅…극지연구 또한발 성큼

등록 2012-01-17 19:55수정 2012-01-17 22:50

지구 남쪽 끝인 남극대륙 동쪽 테라노바만 연안에 들어설 ‘장보고 과학기지’가 17일(현지시각) 부지 확정식을 열고 첫 삽을 떴다. 우리나라의 2번째 남극기지이자 남극대륙에 건설되는 첫 기지다. 기지 건설 예정지 앞바다에 우리나라 첫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떠 있다.
지구 남쪽 끝인 남극대륙 동쪽 테라노바만 연안에 들어설 ‘장보고 과학기지’가 17일(현지시각) 부지 확정식을 열고 첫 삽을 떴다. 우리나라의 2번째 남극기지이자 남극대륙에 건설되는 첫 기지다. 기지 건설 예정지 앞바다에 우리나라 첫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떠 있다.
[르포] 남극대륙 장보고 기지 ‘첫삽’ 뜨던 날
남극점서 1700㎞떨어진 땅
끝없이 펼쳐진 얼음바다 위엔
붉은색 아라온호 위용 드러내
“우리나라가 남극대륙 기지 건설의 첫발을 내디뎠음을 선언합니다.”

주성호 국토해양부 제2차관의 목소리가 광활한 동토에 울려퍼졌다. 남극대륙 본토에 한국의 극지연구기지 건설의 첫 삽을 뜨는 순간이었다.

17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각) ‘장보고 과학기지 부지확정 기념식’이 남극 테라노바(‘새로운 땅’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열렸다. 남위 74도37분, 동경 164도12분. 서울에서 약 1만2750㎞, 남극점에서 1700㎞ 떨어진 기지 건설 예정지(작은 사진)는 예상 밖으로 평온했다. 블리자드(눈폭풍)가 없었고, 오는 도중 흩날리던 눈발도 잦아들었다. 태극기를 꽂은 건설 예정지에 접한 바다에는 얼음이 몇 킬로미터나 펼쳐졌고, 그 너머에 정박한 아라온호가 보였다. 멀리 빙하로 뒤덮인 브라우닝산과 멜버른 화산이 병풍처럼 이곳을 감쌌다.

우리나라의 첫번째 남극기지인 세종기지는 1988년 2월 남극 킹조지 섬에 건설됐다. 하지만 남극대륙이 아닌 최북단의 섬에 자리잡은데다 북쪽으로 너무 떨어져 있어 본격적인 극지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세종기지 이후 26년 만인 2014년에 장보고 기지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남극대륙 진출의 발판을 확보하게 된다. 또 세계에서 남극에 2번째 기지를 가진 9번째 나라가 된다.

남극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 강정극 한국해양연구원장 등 10여명으로 꾸려진 대표단은 지난 15일 저녁 7시 인천공항을 떠나 지구를 반바퀴 돌아 다음날 오후 4시께 뉴질랜드 남쪽 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했다.

17일 새벽 5시, 대표단은 오스트레일리아 남극연구국의 72인승 에어버스에 몸을 싣고 국제남극센터에 딸린 간이공항을 출발했다. 5시간 동안 3800여㎞를 날아 오전 10시께 남극 로스 섬에 위치한 미국 맥머도 기지의 얼어붙은 페가수스 활주로에 내렸다. 맥머도 기지는 하나의 거대한 마을이었다. 남극대륙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지로 1955년 설립돼 미국 남극 연구 프로그램의 보급 및 운영지원 허브를 맡고 있다.

이곳에서 다시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2시간을 더 날아, 장보고 기지 예정지 인근 이탈리아 마리오 주켈리 기지의 에니그마 활주로에 도착했다. 에니그마는 얼어붙은 바다 위에 건설된 얼음 활주로다. 다시 이탈리아제 5인승 헬기를 갈아타고 얼음벌판 위를 10여분 날자 장보고 기지 예정지가 눈에 들어왔다. 기념식에 이어 처음 삽으로 땅을 파는 시삽 행사가 열렸다. 현재 남극은 여름인데도 삽날이 얼음에 튕겨나갔다.

행사를 마친 대표단은 다시 헬기에 올라 몇 킬로미터나 이어진 해빙 너머에 정박한 한국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옮겨갔다. 위용을 드러낸 붉은색의 아라온호는 주변의 하얀 해빙과 선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최근 한달 새 아라온호는 연구작업 외에도 남극해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과 한국 어선 등 2척의 구조작업에 참여했다.


대학원을 갓 졸업한 20대 후반부터 청춘을 오롯이 남극에 바친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정호성(53) 박사는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등 인접한 세 나라를 제외하면 남극대륙에 2개 이상의 기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5개국뿐”이라며 “이제 이들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라온호(남극 테라노바만)/

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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