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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래 자원 찾아라” 남극의 20개국 ‘총성없는 전쟁’

등록 2012-01-26 23:04

장보고 기지가 들어설 남극대륙 동쪽 테라노바만 근처의 해변가를 아델리 펭귄들이 행진하고 있다.극지연구소 제공, 박영률 기자
장보고 기지가 들어설 남극대륙 동쪽 테라노바만 근처의 해변가를 아델리 펭귄들이 행진하고 있다.극지연구소 제공, 박영률 기자
원유 등 자원풍부 ‘매력’…39곳 상주기지 운영
미국은 3개 기지에 예산 2억2천만달러 투입
극지연구소 “후발국 가세 남극 선점경쟁 가열”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남극대륙은 자원 확보와 극지 연구를 겨냥한 각국의 ‘총성없는 전쟁’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다. 남극에는 현재 20개 나라가 상주기지 39곳을 운영하고 있다. 겨울에 1000여명, 여름에는 무려 4000여명이 북적인다. 중국의 1.4배에 이르는 거대한 ‘얼음 대륙’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 가열되는 극지연구·자원확보 경쟁 남극 연구는 국력의 반영이다. 선진국들은 극지자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극지연구에 해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냉전시기엔 남극에서도 미·소 대결이 치열했다. 미국이 1957년 남위 90도의 남극점에 아문센-스콧 기지를 짓자 옛 소련은 같은 해 지상에서 가장 추운 남위 78도, 해발고도 3488m 보스톡 기지를 지었다. 이곳에서 관측된 가장 추운날의 기온은 영하 88.4도에 이른다.

헬기가 쇄빙선에서 유류를 운반하고 있다.
헬기가 쇄빙선에서 유류를 운반하고 있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고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뒤를 이은 러시아는 1990년 3월 서남극 루스까야 기지를 폐쇄했고 1991년 2월에는 빅토리아랜드 북부의 레닌그라드스까야 기지마저 폐쇄했다. 요즘 경제사정이 어려운 이탈리아도 최근 몇 년 간 예산이 매년 대폭 삭감되면서 남극기지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반면 남극에서 부상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킹조지섬에 있는 장청기지는 우리나라 세종기지와 비슷한 시기인 1985년 준공됐다. 김예동 장보고 대륙기지 건설사업단장은 “이곳은 나날이 발전하는 중국경제를 보여주듯 거의 매년 새로운 건물과 시설이 생긴다”고 전했다. 중국은 1989년에는 남극대륙에 중샨기지를 건설했고, 2009년 러시아의 보스톡 기지에 대응하기 위해 남극 최고점인 돔 에이(해발 4093m)에 제3기지인 쿤룬 기지를 완공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밖에 독일과 벨기에, 영국, 체코, 인도 등이 최근 남극에 기지 건설을 완료했거나 건설 중이다.

남극 영유권 경쟁도 여전히 살아 있다. 현재 남극에 자국의 영토가 있다고 선언한 나라는 영국, 노르웨이 등 7개국이지만 남극조약에 따라 유보되고 있다. 남극은 또 1998년 남극환경보호 의정서 채택을 계기로 오는 2048년까지 50년간 지하자원 개발을 금지하고 있다.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남극 선점경쟁에 나서는 셈법은 뭘까. 남극은 극지생물 연구, 극한지 건설공법, 극권 위성, 위성통신, 반도체 등 초정밀 첨단기술의 시험장이 돼 관련 산업분야의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미래의 자원고갈과 맞물려 화석연료 자원확보 차원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남극대륙에는 인류가 1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대규모 석탄자원과 철, 구리, 니켈, 금, 은 등 각종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국토가 협소하고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만큼 미래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라도 극지연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맥머도 기지를 찾은 한국 대표단이 페가수스 비행장을 오가는 설상버스에 오르고 있다.
맥머도 기지를 찾은 한국 대표단이 페가수스 비행장을 오가는 설상버스에 오르고 있다.
■ 남극 최대 ‘맥머도 기지’ 현재 남극 연구의 선두주자는 미국이다. 남극점에 유일하게 기지를 운영하는 것도 미국이고, 최대의 허브 비행장인 페가수스 비행장을 운영하는 것도 미국이다.

지난 17일 오후 9시(현지시각), 백야현상으로 대낮처럼 환한 얼음길을 설상차를 타고 한시간 동안 달려 찾아간 미국의 맥머도 기지는 마치 거대한 마을 같았다. 20∼100여명 규모의 남극기지만 접하다 100여동의 건물이 들어선 소도시를 이룬 맥머도 기지를 돌아보는 것은 경이로웠다.

맥머도 기지에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저유탱크의 행렬이었다. 접안이 가능한 여름에는 쇄빙선으로 기름을 운반하고 겨울엔 비행기가 보급을 맡는다. 브레이스델 맥머도기지 대표는 “1년에 800만갤런을 저장하는데 전체 용량은 1100만갤런”이라며 “이곳을 포함한 3개 기지에 투입된 지난해 예산만 2억2500만달러”라고 말했다. 미국은 평화적 목적을 강조하지만 막대한 투자는 이 지역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구실을 하고 있다. 기지의 미국과학재단 사무실 뒷편 바닷가에는 ‘남반구에 가장 높은 경도에 항구를 건설한 미 해군’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가 서 있다.

1956년 미 해군에 의해 설립된 맥머도 기지는 미국 남극연구프로그램의 보급 및 운영 지원의 중심축을 맡고 있다. 여름엔 1200명, 겨울에도 250명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극점에 있는 아문센-스콧 기지로 가는 모든 화물과 승객은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거리에는 병원, 이발소, 교회, 자동차 정비소, 발전소, 상점, 클럽, 각종 연구실 등이 늘어서 있다. 극지연구소의 진동민 실장은 “미국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은 주인 없는 남극에서 주도권을 잡고 과학기술력 극대화를 통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며 “후발 국가까지 가세해 남극 경쟁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극 맥머도만/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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