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재협상’ 어떻게 했나
2010년 12월 미국은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던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자동차 관세 철폐를 4년간 유예하고, 특별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처)를 도입했다. 우리 외교통상부는 ‘일방적인 양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던 전미자동차노조(UAW)로부터 환영 성명까지 받았다.
미국은 어떻게 재협상에 성공했을까?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비밀 외교전문을 보면, 미국이 얼마나 철저히 재협상을 준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공약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내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2009년 1월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서면 답변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재협상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해 2월12일 클린턴 장관에게 보낸 미 대사관 전문을 보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재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보이지 않게 하는 시험대를 통과할 수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와 함께 논의하길 원할 것으로 감지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미국은 재협상을 위한 준비를 착착 밟아나갔다. 우선 미국 무역대표부가 2009년 7월27일 <연방관보>에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코멘트 요청’이라는 공고문을 냈다.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조문이나 해석, 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한 어떠한 문제라도 의견을 접수하겠다고 알린 것이다. 같은 해 9월24일치 미 대사관 전문에는 “미 무역대표부가 8월말까지 500건(250건은 기업으로부터 온 것임)의 건의사항을 접수했다”고 돼 있다.
이처럼 미국이 재협상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있을 때 외교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010년 6월 기존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두 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에 들어갔고,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자동차 분야만 대폭 양보하고 말았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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