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지난겨울 이건희 삼성 회장이 두달여간 회사로 출근을 안 한 적이 있습니다. 부럽다는 이들도 많더군요.” 월급만 받고 출근 안 하면 정말 환상적이겠지!” 이건희 회장도 과연 그럴까요? 삼성그룹에 물었습니다. “이 회장은 월급 안 받으십니다.” 예, 이 회장은 월급을 안 받고 ‘무료경영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비자금 특검 여파로 2008년 물러나 2010년 복귀한 뒤로 그렇습니다.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직함만 있을 뿐, 삼성 어느 계열사에서도 등기이사를 맡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회장들은 어떨까요? 그들의 월급은 ‘극비’랍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연봉을 가늠할 기준은 있습니다. 각 회사들이 내는 사업보고서에는 지난해 임원 보수 지급액을 써넣게 돼 있습니다. 그러니 회장들이 사내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들춰보면 평균치는 나오겠죠. 다수 선진국처럼 개별 임원의 보수를 기재하도록 돼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에선 임원 보수 지급 총액과 평균액수만 사업보고서에 공시하게 돼 있답니다. 개별 임원 보수를 공개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시도된 적도 있었지만,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국민적 위화감 조성, 노조의 임금인상 압력 강화, 우수인재 영입 곤란, 기업활동 위축’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고 결국 좌절됐다네요.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의 평균 임원보수액으로 계산하면 정 회장은 지난해 52억여원의 연봉을 받은 셈입니다. 물론 회장이 부회장이나 사장 등보다는 많이 받는 게 당연할 테니, 이 액수는 최소치겠죠? 정 회장은 올해 현대건설 등기임원도 맡았으니 연봉은 더 늘어날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에스케이(SK)의 최태원 회장은 ㈜에스케이 등 3개 회사 등기임원으로 최소 112억여원을 받았고, 구본무 엘지(LG) 회장은 ㈜엘지와 서브원에서 최소 25억여원을 받았을 겁니다. 이밖에도 신동빈 롯데 회장은 41억여원, 허창수 지에스(GS) 회장은 29억여원 등이 최소 연봉으로 추정됩니다.
‘억’ 소리나게 많죠?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많았다는 현대차가 8900만원이었으니 재벌 회장님들은 직원 월급의 수십배를 받았다는 얘기네요. ‘쥐꼬리 월급’에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서민 월급쟁이 처지에서야 대기업 연봉에도 입이 벌어지고, 수십억에는 벌어진 입이 영 닫히지 않겠죠. 수십억 그거 별로 많지 않아요. 평균 109억원 앞에선 다들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겠어요? 삼성전자 사내 등기임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삼성전자 등기이사들의 연봉은 부동의 1위랍니다. 월급을 받지 않는 이 회장 아래서 일하는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이윤우 상임고문, 윤주화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지난해 100억원대의 연봉을 받았다는 겁니다.
물론 재벌 총수가 ‘월급 임원’보다 못 벌 리는 없습니다. ‘재벌 총수’인 대주주에게는 배당금이 돌아갈 테죠. 지난해 배당금 1위는 정몽구 회장이었습니다. 456억원을 받아갔고요. 현대중공업그룹의 고문인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가 308억여원을 배당금으로 챙겨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285억여원으로 3위, 그 뒤로 구본무 회장(191억원), 최태원 회장(190억원), 허창수 회장(120억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월급 받고 배당금도 받고, 정말 살맛 나겠죠?
그렇다면 서민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살펴봅시다. 자, 2만2489달러였습니다. 우리돈으로 2300만원 좀 안 되네요. 인구 1000만명 이상 나라 중 13위 수준이라니, 나쁘지 않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연봉과 배당금 등만 따져도 수백억, 억, 거려야 하는 ‘회장님’들의 소득까지 포함돼 있답니다.
김진철 경제부 산업팀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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