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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고 쌓일 틈이 없어요”…현대차, 베이징서 ‘쾌속질주’

등록 2012-08-16 20:23

⑥ 베이징에 우뚝 선 현대차

중국은 현재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의 최대 승부처다. 도요타, 닛산, 폴크스바겐, 지엠(GM) 등 세계적 자동차업체의 합작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시장은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1995년만 해도 중국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145만대로 한국(156만대)보다 적었지만, 지난해에는 1860만대가 팔려 3년 연속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수도 베이징은 중국에서도 가장 치열한 자동차 판매 전쟁이 벌어지는 격전지다. 중국 진출 10년 만에 수도 베이징 자동차시장의 선두에 선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현지화’의 한 성공사례다.

“지금 중국 자동차시장은 삼국지라고 볼 수 있어요. 중원은 일본 도요타, 남쪽 상하이는 지엠과 폴크스바겐, 북방은 베이징현대차가 강세지요.”

지난달 30일 베이징 도심에서 50㎞를 달려 순이구에 위치한 현대차 베이징 공장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시내에 현대차가 참 많군요”라고 묻자 안내하던 현대차 임성봉 과장이 맞장구를 쳤다. 임 과장은 “쓰촨성 청두에서 온 고객이 ‘베이징에서 택시를 타면 현대인데 그건 수도의 택시가 아니냐’고 말하더라”며 “베이징의 택시를 잡은 게 주효했고 10년이 지나면서 품질이 검증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쏘나타와 아반떼엑스디(XD)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베이징시 당국이 추진하는 6만7000대 규모의 택시 교체 사업의 표준사양으로 채택돼 움직이는 광고판 구실을 톡톡히 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해 잡아탄 택시도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XD)였다. 택시기사 쉬푸쥔은 “현대차는 잔고장이 거의 없고 승차감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지금은 택시보다 여러 차종의 일반 현대차가 훨씬 더 많았다. 베이징에서는 두리번거릴 필요 없이 어디서나 여러 종류의 현대차가 눈에 띄었다.

앞서 들른 베이징 차오양구의 현대차 딜러점에도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현대차 아이엑스(ix)35를 살펴보던 손님 장쯔룽(50)은 “현대차가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며 “지금 현대차 웨둥(중국형 아반떼HD)을 가지고 있는데 차를 바꾸게 되면 역시 현대차를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인도 “지금 경기가 안 좋다고 하지만 아직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라고 말을 보탰다.

순이구의 현대차 베이징 2공장 정문으로 들어가니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1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현대차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의장 라인에는 20대 중반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차체에 부품을 장착하는 데 정신을 쏟고 있었다. 일반 노동자들이 한달에 평균 3000위안(53만원) 안팎을 버는데, 자동차공장의 노동자들은 대졸자 임금과 맞먹는 6000위안(약 106만원)을 받을 정도로 대우가 좋다.

1년에 30만대를 생산하는 2공장은 국내와 달리 아이(i)30, 웨둥, 아이엑스35, 와이에프(YF) 쏘나타를 혼류생산(한개의 라인에서 두가지 이상의 차종을 생산하는 것)한다. 현대차 조근희 과장은 “시간당 68대 생산하는 것으로 한국 울산공장(63대)보다 생산성이 높고,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73대에 이어 두번째로 빠른 생산 속도”라고 설명했다.

2002년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기차투자유한공사와 50 대 50으로 투자해 설립한 베이징현대차는 진출 첫해 5만대를 생산·판매하며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는 판매량 약 74만대로 15배로 성장하고 같은 기간 연 매출액은 10억달러에서 111억달러로 11배나 늘었다. 2004년 중국 자동차업계 사상 최단시간인 1년5개월 만에 10만대 생산을 돌파했고, 2008년에는 누적 판매 대수 100만대를 넘어서는 등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재고가 남아날 틈이 없다”는 게 공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전체로는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 3위를 차지했고, 올 상반기 중국에서 59만3896대를 판매해 국내 시장(56만7251대)보다 많이 팔았다. 하반기 3공장이 완공되면 1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처럼 현대차가 눈부신 성장을 이룬 이유로는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적극 반영한 중국형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한 점이 첫째로 꼽힌다. 2008년 선보인 최대 히트작 웨둥의 경우, 2006년부터 중국형 모델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현지 소비자 및 자동차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중국인의 기호와 감성을 충분히 반영해 나온 결과다. 디자인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유럽형 스타일에 크고 화려함을 강조한 중대형차 이미지가 느껴지게 했다. 현지 차보다 높은 품질과 일본이나 유럽 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점도 강점이었다.

물론 미래를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다. 10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는 사이 중국 내부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자동차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노동법 등 중국 정부의 규제도 강화됐다. 저가 경쟁력과 정부 지원, 한국보다 앞선 친환경전기자동차 기술력 등을 무기로 추격하는 지리, 비와이디(BYD) 등 현지 토종업체들의 추격도 매섭다.

최상근 베이징현대차 부장은 “올해 출시한 랑둥(아반떼MD)과 신형 싼타페처럼 고객들의 선호도를 더욱 반영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영률 이승준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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