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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자책 단말기의 운명? 콘텐츠가 쥐고 있다

등록 2012-09-10 20:07

한국이퍼브 ‘크레마’
한국이퍼브 ‘크레마’
첫 터치기능 ‘크레마’ 출시…국내 전자책 3종 본격 경쟁
10만대 불과한 국내 전자책 시장
예스24·알라딘 등 11개사
‘한국형 킨들’ 표방 단말기로 가세
콘텐츠 신간 적고 전문분야 쏠림 한계
다기능 태블릿피시도 넘어서야
‘소규모 혁신은 대규모 혁신에 포섭된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통용되는 진리 가운데 하나다. 삐삐가 대세였던 1990년대 후반 공중전화 근처에서 직접통화가 가능했던 ‘준 이동전화’인 시티폰이 출시돼 기대를 모았다. 더는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이동전화 서비스가 일반화하면서 시티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전자책(단말기) 운명 또한 그렇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과 관련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태블릿피시(PC)가 일반화하면, 책에만 특화된 전자책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임에 특화된 닌텐도가 종합 플랫폼인 스마트폰의 일반화와 함께 쇠락을 맞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전자책 단말기는 계속 나오고 있다. 전망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새 전자책 제품·서비스 출시 잇따라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6일(현지시각) 새 태블릿피시 ‘킨들파이어 에이치디(HD)’와 전자책 단말기 ‘킨들 화이트페이퍼’를 함께 내놨다.

국내에서는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인터넷서점과 출판사 등 11개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한국이퍼브가 ‘한국형 킨들파이어’를 표방한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를 10일 공식 출시했다. 이로써 국내에서는 아이리버와 교보문고가 함께 만든 ‘스토리케이(K) 에이치디’와 인터파크의 ‘비스킷’까지 3종류의 단말기가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국내외 전자책 단말기들은 태블릿피시에 견줘 최대 20% 수준의 싼 가격대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새로운 단말기가 출시됐다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 상황은 차이가 크다. 미국에서는 전자책 시장이 꽤 넓게 형성되어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는 올 연말까지 미국에서 태블릿피시는 6000만대, 전자책 단말기는 4000만대가 팔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중반 전자책 시장을 둘러싼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지금까지 움직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지금껏 판매된 전자책 단말기는 10만대가량에 불과하다.

■ 콘텐츠 부족…플랫폼 다양화가 해결 견인 태블릿피시 같은 다용도 전자기기가 미래 전자책 단말기의 경쟁자라면, 당장은 콘텐츠 부족이 전자책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현재 서점들이 출판사와 직접 계약해 전자책 콘텐츠를 공급하는데, 출판사들은 아무래도 종이책이 주력이어서 전자책 콘텐츠 제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또 불법 복사 등 보안에 대한 걱정도 있다.

출판업계의 이런 태도와 분위기는 콘텐츠 부족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전자책 콘텐츠가 총 11만종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9개월 동안 2만종가량이 늘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발행된 신간도서가 총 4만4000여권인 점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치다. 또 전자책 13만종에는 너무 오래됐거나 전문분야 서적이어서 실제 판매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종이책의 70% 수준으로 공급되는 전자책 가격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싸다고 느낄 법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경제·사회 분야들처럼 출판업계도 온라인화·모바일화라는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최근 전자책 단말기와 플랫폼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콘텐츠 부족 문제 해결을 견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콘텐츠 공급과 출판사들의 마인드 문제는 차츰 해결돼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자책 시장 확대와 함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진영과 태블릿피시 등 다용도 기기 진영 사이 주도권 다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구글이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옛 안드로이드 마켓)에 도서 카테고리를 새로 추가했고, 애플의 앱스토어와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앱 장터에서도 서점들이 제공하는 전자책 애플리케이션들을 내려받을 수 있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모바일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전자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완성돼가고 있어, 앞으로는 업체 간 콘텐츠 싸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거의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전자책 콘텐츠 공급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식 이순혁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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