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전망 l 셰일가스 대망론
지하 3000m 셰일층 가스층
미국서 실용화 가스값 하락
미국·유럽경제 회생역할 기대
“셰일가스정은 폰지 사기” 분석도
환경문제가 발목 잡을 수 있어 내년 경제는 더 어려울 거라 한다. 착잡한 귓가에 어디선가 복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바로 셰일가스 ‘대망론’이다. 그간 그림의 떡이었던, 이 싸고 풍부한 자원을 채굴하는 기술이 상용화 됐기에, 셰일가스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많이 다르리란 게 요지다. 싼 에너지 덕분에 세계경제가 비로소 수렁에서 탈출하고, 미국이 중동 중시 정책에서 벗어나며 세계의 지정학적 구도가 바뀔 것이란 얘기다. 석탄시대, 석유시대에 이어 ‘가스시대’ 진입을 예견하는 문명사적 해석도 나온다. 국내외 기업과 정부가 최근 부쩍 관심을 갖고, 금융시장에서는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누구도 얘기하지 않던 셰일가스발 ‘에너지 혁명’이 시작된 것일까? 셰일가스는 우리가 도시가스(LNG)로 쓰는 천연가스와 성분이 같다. 다만 기존의 천연가스는 지하 200~300m에서 뽑아내지만, 셰일가스는 보통 3000m 아래에 있는 셰일(혈암) 지층에 숨어 있다. 고운 진흙이 굳어져 만들어진 셰일층에 가스가 있다는 것은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다만 경제성이 없어 그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을 결합해 대량 채굴에 성공했다. 시추업체들은 먼저 수천m를 파 내려간 다음 셰일층이 나오면 드릴 머리를 꺾어 수백m를 옆으로 파 들어간다. 그 뒤 모래와 화학물질을 섞은 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바위에 틈을 내고 가스를 뽑아낸다. 현재 확인된 매장량은 190조㎥ 이상으로 인류가 최대 200년간 쓸 만한 양이다. 전통가스는 70% 이상 중동에 매장돼 있는 반면 셰일가스는 중국(36조㎥), 미국(24조㎥), 아르헨티나(22조㎥) 등 세계에 고루 분포한다. 미국은 셰일가스 채굴을 서둘러 200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현재 소비되는 가스의 30% 이상이 셰일가스다. 공급이 늘어 2008년 1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12달러가 넘던 가스 가격이 3달러대로 하락했다. 한국, 일본 내 가격의 5분의 1이다.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원가도 30% 이상 떨어졌다. 가스와 전기요금이 싸지자 미국의 철강, 석유화학 같은 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싼 에너지는 감세 혜택이나 마찬가지여서 해외로 떠난 제조업도 돌아오고 있다. 셰일가스에 직접 고용된 인원만 60만명 이상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산업생산은 2010년 이후 12% 늘었다. 같은 기간에 중국이 2%, 일본이 6%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미국이 성공하자 다른 나라도 서두르고 있다. 매장량은 많지만 물이 부족한 중국은 물을 덜 쓰는 기술 습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0년간 쓸 매장량을 가진 영국은 환경에 대한 걱정을 접어두고 최근 시추를 재개했다. 이 추세로 가면 2035년에는 가스가 석유에 버금가는 에너지원이 될 전망이다. 산업의 지형도 역시 크게 바뀐다. 천연가스를 쓰는 자동차가 크게 늘어나 석유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될 것이다. 철강(가스용기 등), 조선(LNG 선), 자동차(가스연료차) 등 연관 산업의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 덕분에 가망이 없을 것 같던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3년 이상 끌어온 유럽의 부채위기도 단기에 마무리되리란 기대가 나온다.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는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이뿐 아니다. 하버드대 벨퍼센터는 최근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덕분에 2020년에는 ‘에너지 자립국’의 꿈을 이룬다고 내다봤다. 이러면 1945년 이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취했던 중동 중시 전략을 수정해 아시아에 새롭게 치중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 소비 대국 중국도 자국내 생산과 소비를 늘려 미군의 해상봉쇄 노이로제를 덜 수 있다. 반면 에너지 수출경제인 러시아와, 미국의 비호를 받던 중동의 왕족들은 타격을 입는다. 최근 러시아는 세계 최대 규모인 북극 바렌츠해저의 슈토크만 가스전 개발 계획을 접었다. 최대 고객이던 미국이 되레 수출을 할 태세여서다. 셰일가스는 10년 이상 지나봐야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낙관론은 빠르게 부풀어 오른다. 여러번 겪은 각종 ‘거품’의 초기 양상과 유사하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6월 에너지 회사들의 서류를 분석한 보도에서, 자기들끼리 “셰일가스정은 거대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투자자에게는 유망한 사업이라 선전해 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환경문제가 셰일가스의 미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수압파쇄’ 방식은 막대한 물이 필요해 수자원 고갈이 염려된다. 또 물에 넣는 화학약품이 지하수나 토양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 조시 폭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스랜드>는 셰일가스정 근처 가정집 수도꼭지에 라이터를 켜면 불이 붙는 장면을 보여준다. 물론 값싸진 에너지 덕분에 세계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 이러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본주의는 다시 한번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기 극복은 반갑지만 “전기가 다시 들어오면 양초를 거들떠보지 않듯” 위기 때 모색하던 ‘성찰’마저 내던질까 걱정이다. 셰일가스 붐이 인 뒤 미국에서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시들해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셰일가스도 어차피 고갈되는 화석연료다. 인류는 기껏해야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경제 모델을 찾는 시간을 좀 번 것뿐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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