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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형저축 들어 부자될 수 있을까요?

등록 2013-03-01 14:50수정 2013-03-01 22:03

노현웅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노현웅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정부 청사 이전을 따라 팔자에 없는 세종시 생활을 하고 있는 노현웅입니다. 봄이네요. 외롭고 쓸쓸한 세종시에도 봄은 찾아오고야 마네요. 시간은 흐릅니다. 언 땅이 녹고, 겨우내 죽은줄 알았던 꽃도 다시 필겁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세종시 파견 근무도 그렇게 언젠간 끝이 나겠죠?

잡설이 길었습니다. 올 봄엔 꽃만 다시 피는게 아닙니다. 오는 6일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18년 만에 부활합니다. 다들 관심 많으시죠. 오늘은 재형저축에 대해 얘길해볼까 해요.

저는 연혁부터 알아야 현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지루하셔도 좀만 참고 따라와 주세요. 재형저축은 1976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정부는 저축률을 높이고 노동자·서민들의 가계 건전성을 지원하기 위해 이 금융 상품을 설계했습니다. 도입 당시 가입 대상은 월평균 소득 25만 이하의 봉급 생활자였다고 하네요. 재형저축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기본 금리가 연 10% 정도였고, 한국은행에서 저축 장려금으로 5~7%포인트의 가산 금리도 붙여줬습니다. 근로소득세 세액공제 혜택은 물론, 이자 소득 비과세 혜택까지 줬다니, 다른 재테크가 필요없었을 것 같습니다. 눈 딱 감고 5~6년 적금 넣으면 원금이 2배로 불어나니, 그땐 직장인들 통장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을 겁니다. 재정 부담 때문에 1995년 폐지된 재형저축이 18년만에 부활한다니, 관심이 모일 법 합니다.

금융사들은 앞다퉈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에서는 안정성을 강조하는 확정금리 저축상품이 출시될 예정이고, 자산운용사들은 재형펀드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투자처에 따라 채권형· 해외주식형·혼합형 등 운용사마다 5~10개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보험사들 역시 재형보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고요. 혜택은 동일하기 때문에, 투자하시는 분들 입맛대로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은 재형저축을, 고수익을 기대하시는 분은 펀드형에 가입하시면 되겠죠.

가장 궁금한 것은 금리겠죠? 먼저 시중은행은 4%대 초반 정도의 이율을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형저축 부활이 결정된 직후에는 3%대 후반이 될 것 같다는 소문도 많았는데, 금융사끼리 마케팅 경쟁이 붙으면서 4% 이상 금리 적용은 무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재형저축의 지급준비율을 0%로 결정한 것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소식입니다. 업계에서는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4.5% 정도 금리를 적용할 것 같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이건 출시되는 상품을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간보기’ 차원에서 떠다니는 말이 아닐까 싶어서요.

재형저축
재형저축
재형저축은 여기에 비과세 혜택도 줍니다. 14%나 떼어가는 이자소득세를 면제해 준다는 거죠. 단, 비과세 혜택은 7년 이상 가입기간을 지켜 만기까지 상품을 유지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재형저축에는 가입조건이 있습니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직장인 또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들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불입액도 분기당 300만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젊은 직장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인 셈이죠.

여기까지 듣고 실망하신 분들이 좀 계실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메리트가 크진 않죠? ‘30년 전에는 금리가 20%를 넘나들었다는데, 고작 4%가 뭐냐’고 생각하실 것 잘 압니다. 또 7년 동안 돈이 묶여 있어야 합니다. 도중에 목돈이 필요해서 저축을 헐게 되면, 비과세 혜택도 못받을 뿐더러 이자도 2% 남짓만 지급됩니다. 소득공제 혜택도 빠졌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비과세+소득공제)보다 못한 조건인건 틀림 없습니다.

그런데 어떡합니까. 안타깝지만 이미 한국 경제는 안정적인 저성장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자본이 돌고돌아 빠르게 증식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저금리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겁니다. 또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구요. 세수 확보가 절대 과제처럼 돼 버렸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나마 재형저축 말고 비과세 금융 상품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겉으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사들도 속내는 시큰둥합니다. 대출 금리도 낮아졌고 마땅한 투자처도 찾기 어렵기 때문에, 4% 이상 이율을 보장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형저축 붐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사람들이 몰려도 고민, 안 몰려도 고민일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돈을 굴려서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라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느니, 정부가 서민 지원하겠다며 만든 재형저축을 택하겠습니다. 혜택이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도 재형저축에 소득공제 혜택 주는 법안을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재테크에 관심이 없어서 직장 생활 7년동안 돈 한푼 모으지 못했지만, 저도 올 3월에는 재형저축을 들어볼까 합니다.

노현웅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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