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사로프 ‘그린선버드’ 이사
코피사로프 ‘그린선버드’ 이사
1995년 미국 연방의회는 낙후지역에 대한 은행의 투자를 의무화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빌 클린턴 정부가 발의한 지역재투자법은 지역사회의 금융소외계층을 구제하고 지역금융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돈이 돌기 시작하자 낙후된 지역에 생기가 돌고 침체했던 지역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보다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지역공동체는 빈곤과 양극화가 심화되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는 개발 방식은 그 이익이 외부로 유출될 뿐 아니라 정부 의존성을 키워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 그 대안으로 지역에 잠재된 자원을 활용한 내생적 협력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문화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이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나서고, 여기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지역 재생도 성공할 수 있음을 세계 곳곳의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민간위원회를 통해 지역공동체 금융생태계 조성의 청사진을 그려낸 영국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31일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공동체 금융의 활성화’에서 로절린드 코피사로프(사진) 그린선버드 이사는 영국 지역공동체 금융이 출발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도전과 성공담을 들려준다. 그는 “성공적인 지역공동체 개발은 다양한 접근 방식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대출, 예금, 보험, 주택, 에너지, 사회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피사로프 이사는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15년 동안 시티코프, 에이치에스비시, 제이피모건 등 상업적 금융 분야에서 일하다 1994년 폴란드 최초의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인 푼두시미크로(Fundusz Mikro)를 설립했다. 2000년 영국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인 스트리트유케이(Street UK)를 설립해 전국적인 금융기관으로 키워낸 영국의 대표적인 공동체 금융전문가다. 지금은 영국 지역개발금융기관협회(CDFA) 이사로 영국 정부의 금융정책 입안에도 관여하고 있다. 그는 “영국에서는 사회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사회투자은행과 같은 사회적 생산기반을 설립했다”고 소개한다. 여기에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과 같은 금융혁신기법을 창안하고 지역재투자법처럼 상업적 금융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피사로프 이사는 국제기관인 악시온(ACCION)의 선임 부사장 등을 맡아 동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제3세계 공동체 금융에 대한 투자와 조언도 하고 있다. 그는 “지역공동체는 세계 곳곳에서 위협을 받지만 공동체 정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깊이 숨어 있을 뿐”이라며 “그 정신을 되살리고 확장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지만 그 성과는 경이롭다”고 말했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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