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aa3→Ba1 하향조정
하위 11단계 ‘투자부적격’ 해당
보고서 “TV·PC사업 특별히 우려
수익성 불안 지속될 것” 전망
‘워크맨’ 등 예전의 영광 옛말
하위 11단계 ‘투자부적격’ 해당
보고서 “TV·PC사업 특별히 우려
수익성 불안 지속될 것” 전망
‘워크맨’ 등 예전의 영광 옛말
“특별히 우려되는 것은 텔레비전과 피시 사업이 직면해 있는 과제다. 모두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급속한 기술 변화로 제품이 진부해지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라 불려온 소니의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강등됐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27일 소니의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로 한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다. 21구간으로 나뉜 무디스의 투자등급 가운데 Ba1은 투자 부적격 등급(하위 11단계)으로 분류된다.
무디스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니의 수익성이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텔레비전, 피시,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등 가전제품 분야에서 수익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는 지난해 중간결산(4~9월)에서 텔레비전 사업 부진 등으로 15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니가 지난해 11월 플레이스테이션4를 미국 시장에 내놨지만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불안이 확산돼 있고 텔레비전 등 다른 부분의 수익성이 하방 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1946년 일본인 기술자 이부카 마사루와 모리타 아키오가 설립한 소니는 도요타자동차 등과 함께 일본 제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혀왔다. 일본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인 TR-55(1955년)에서 볼 수 있듯, 일본 특유의 기술력으로 제품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이뤄냈다. 특히 1979년 시판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인 ‘워크맨’이 대히트를 기록해 소니를 세계적인 전자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워크맨은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가전제품이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소니는 2000년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을 끝으로 더는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후 애플이 주도한 가전시장의 디지털화에 뒤처져 2008년 이후 적자로 돌아섰고 2011년엔 무려 4566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의 투자등급이 투자 부적격으로 강등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또다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소니의 경영 악화가 이어지던 2012년 11월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수준인 ‘BB-’로 세 단계 낮춘 바 있다. 이후 소니는 2012년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 체제에서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부동산 정리에 나서 2012년 430억엔의 흑자 반전을 이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소니가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하락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가전제품 사업의 재건이라는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나온 결정이라 회사엔 더 큰 우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니 쪽은 이날 신용등급 강등 소식과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코멘트를 자제하겠다. 회사의 사업이나 재무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착실히 설명하겠다”고만 답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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