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국무조정실 “개선 과제” 공표
850건중 안전관련이 119개
완화 내용도 다수
위험물대행업체 자격 완화
안전위반 사실 공표도 제한
철도차량 정밀진단 폐지도
국무조정실 “개선 과제” 공표
850건중 안전관련이 119개
완화 내용도 다수
위험물대행업체 자격 완화
안전위반 사실 공표도 제한
철도차량 정밀진단 폐지도
박근혜 정부 들어 완화된 ‘안전 규제’는 선박·해운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전 분야에 걸쳐 안전 규제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 정부가 ‘국민 안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규제 완화가 상위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국무조정실이 운영하고 있는 ‘규제정보포털’에는 ‘규제개선’ 과제로 850여건이 올라와 있다. 이 중 안전 관련 과제가 119개에 이른다. 여기엔 기존보다 강화하거나 규제 방식을 대체하는 법령도 있지만, 규제 자체를 완화하는 내용도 다수 들어있다. 완화 법령 상당수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나 시행규칙, 지침인 것도 특징이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바꿔 위험물안전관리대행 업체의 자격 기준을 완화했다. 위험물안전관리대행기관 지정 요건 중 사무실 최소면적 기준을 삭제한 것이 핵심이다. 소방방재청 쪽은 “사무실 최소면적 기준이 창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 안전 기준 일부를 풀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뤄진 ‘품질 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개정도 안전 규제 완화 사례로 꼽힌다. 종전 품공법에선 정부가 안전관리를 위반한 업체가 ‘위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론매체에 공표하도록 명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법에선 위반업체가 정부로부터 조처를 받은 사실만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로선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 어떤 안전 문제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통상부 쪽은 개정 이유로 “안전관리를 위반한 업체의 자유와 명예를 과잉 침해할 소지”를 들었다.
규제정보포털에는 철도 내구연한 제도 폐지, 철도차량 정밀안전진단 폐지 등도 규제 개선 사례로 올라와 있다. 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차종별로 내구연한을 정해 정밀 진단을 거쳐 차량 수명을 연장하는 제도를 없앴다. 이에 대해 한동민 국토부 철도기술안전과장은 “안전관리체계승인제도가 새로 도입되면서 기존 제도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줄여나가던 ‘안전 규제’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해제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한 예가 당시 현장 건의로 개선과제로 채택된 ‘자동차 튜닝’ 규제다. 정부는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튜닝 사전 승인 대상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튜닝 업계에선 안전이란 가치에 발목 잡혀있던 튜닝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태윤 한양대 교수(행정학)는 “업계와 공무원 간의 이익 동맹이 이뤄진 상황에서는 안전 규제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규제부터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부처 간 (규제 완화) 실적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 현상은 짙어진다”고 말했다.
김경락 김소연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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