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안 영산대 교수
한성안의 경제산책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을 조달할 때 생산과정에서는 생산비가 발생하고, 유통과정에서는 거래 비용이 발생한다. 낭비를 유발할 정도라면 이런 비용은 줄여야 한다. 그 때문에 비용의 최소화는 경제활동의 원칙으로 통한다. 이런 원칙을 가장 먼저 정식화시킨 사람은 19세기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다.
경제사학자 앨프리드 챈들러에 의하면 ‘경계 대상’ 1호로 될 정도로 비용에 대한 카네기의 ‘강박관념’은 대단하였다. 비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신경영기법에 힘입어 그의 회사는 당시 석유왕 존 록펠러에 버금가는 성장을 구가하였다. 카네기 이후 비용은 이윤추구 기업들에 무찔러야 할 적으로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줄여도 생산비와 거래 비용이 제로로 되는 경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 노력 없는 결실 없듯이 비용 없는 편익은 없다. 비용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흉악한 적이 아니다. 비용은 좋은 결실, 곧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비용에 대한 무조건적 증오를 거두잔 말이다!
비용최소화 원칙을 아무 데나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생산비 줄인다고 임금 비용까지 줄이면 인간은 절대적 빈곤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인간들은 대부분 타락하고 만다. 폭력, 사기, 절도는 물론 매춘에 의존하여 생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용최소화 원칙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 ‘악마’가 등장하게 된다. 인간의 노동 없이 아무것도 창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업은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사람을 줄일 수 없을 경우 차별함으로써 비용최소화를 달성한다. 남녀 차별은 물론이고 그것도 모자라 요즘은 비정규직이라는 몰상식한 제도로 멀쩡한 사람들을 차별한다. 지극히 사적인 일이지만 평생 아픈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나의 경험이 저 차별받는 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오래전 귀국 후 나도 어느 연구원에 비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있다. 명색이 박사였지만 정규직이었던 석사는 물론 학사 연구원도 내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연구기획회의에서도 철저히 배제되었다. 월급은 그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열정을 다해 일군 노력이 모욕당하고 존엄성에 크게 상처 입은 나는 그들이 부과한 의무와 책임에 최선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나의 무책임을 비난하며 간단히 해고해 버렸다. 사회도 함께 힐난했다. 그때 나는 그곳을 증오하였다. 나는 지금도 그곳이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그곳에 대해선 나는 지금도 악마다! 악마는 차별과 모욕 때문에도 생겨난다.
침몰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외신은 선장을 악마로 묘사한다. 그렇다. 자기 살자고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죽게 내버려두었으니 악마로 불리어 마땅하다. 하지만 차별받고 존엄을 박탈당한 약 70%의 세월호 비정규직 선원들로부터 무한책임과 희생을 주문한다면 그건 너무 뻔뻔하다. 비용최소화 악령에 포로된 나머지 한국 경제는 너무 많은 악마를 제조해내고 있다. 몰인정한 기업들이 양산해낸 그런 악마들이 노동자들 중 대략 30~50% 정도다. 악마로 들끓는 사회는 위험하다. 세월호만 위험하지 않다!
한성안 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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