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탁 사업장은 윤리심사 예외
한국선급에도 견제없이 재취업
한국선급에도 견제없이 재취업
주성호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은 지난해 9월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취임했다. 2차관에서 퇴임한 지 여섯달 만이었다. 통상 고위공직자가 퇴임 뒤 2년 안에 재취업하려면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주 차관은 국토해양부에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과 물류항만실장 등 해양 관련 업무를 맡았지만, 심사를 받지 않았다. 그에 앞서 해운조합의 이사장을 지낸 이인수(전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정유섭(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씨도 마찬가지였다. 주 이사장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공직자윤리위 심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정씨만이 퇴직시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받았지만, 해운조합 취업이 아닌 주식회사 엠코란 곳에 전무로 취업하면서 심사를 거쳤을 뿐이다. 해수부 출신 고위공직자들이 여객선의 안전 운항을 지도 및 감독하는 해운조합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면서도 심사를 받지 않은 이유는 이 조합이 정부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엔 정부 위탁사업을 하는 곳에 재취업할 때는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해수부 출신들이 정부를 대행해 선박 검사 등을 하는 비영리법인인 한국선급에 손쉽게 재취업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런 빈틈이 작용했다.
이에 따라 정부 위탁 업무를 맡는 비영리 조합이나 협회라 하더라도 이곳에 재취업하려는 퇴직 공무원들은 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뒤 지난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원래 비영리조합이나 협회 재취업이라도 그 업무가 사기업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심사대상이 된다. 즉 그 회원이 자본금 5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한 사기업으로 안전행정부가 관보에 올린 3960개(2013년 기준) 기업에 해당하면, 심사 대상에 해당한다. 세월호를 소유한 청해진해운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기업이면서, 해운조합에 가입돼 있다. 따라서 퇴직 공직자가 해운조합에 취업하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해운조합이 정부 등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여객선터미널의 관리 및 운영사업을 하면서 공직자윤리위 심사 대상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역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이었지만, 아무런 견제 없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배경에 이런 공직자 윤리법의 ‘구멍’이 존재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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