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상습 체납자 징세 강화를 위한 법개정안
금융실명제법 개정안 등 추진
고액체납자 재산 은닉 못하게
친족 범위 넓어 사생활 침해 우려
고액체납자 재산 은닉 못하게
친족 범위 넓어 사생활 침해 우려
조세 체납자뿐 아니라 그 배우자와 자녀의 재산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서 본격 심의될 전망이다. 검찰과 국세청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있는 중에 나와 일명 ‘유병언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8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액 체납자가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추적 조사하기 위해서 국세청이 조세 체납자뿐 아니라 그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금융거래정보 등에 대해서도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다음주 중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4조(금융거래의 비밀보장)를 보면, 조세 체납자 본인에 한해서만 계좌 명의자의 동의 없이도 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체납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자녀 등)으로까지 넓히자는 것이 개정안의 뼈대다. 악성 체납자의 상당수가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위장 이혼하는 등의 수법을 동원해 탈세를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 대상은 체납 기간이 1년 이상이고, 체납액 5억원 이상인 고액·상습 체납자와 그 가족들로 한정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외부로 명단이 공개되는 체납자들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는 모두 2598명이며, 이들의 체납액은 4조7913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국세징수법 ‘27조의 7호’를 신설해, 체납자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국세청의 질문·검사 대상자에 추가하는 법 개정안도 내기로 했다. 여기서 질문·검사란, 국세청 직원들이 압류할 재산 정보를 파악할 때 질문을 하거나 관련 장부와 서류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과세당국이 금융거래정보를 요청하거나 검사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체납자 본인뿐 아니라 관계자로 넓혀야 한다는 여론은 그동안 꾸준히 형성돼왔다. 지난달 김관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세청의 질문·검사 대상에 체납자의 친족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시키는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앞서 김동완 의원(새누리당)도 지난해 5월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해야 할 대상으로 체납자와 채권·채무 관계가 있거나 체납자가 주주 또는 사원인 법인 등을 포함시키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유사 법안들은 금융거래정보 제공이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반대 여론에 부닥쳐왔다. 이종걸 의원 쪽은 이번에 제출할 법 개정안이 은닉재산의 조사 대상 범위를 배우자와 직계가족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에 견줘 사생활 침해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좌제를 금지한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유병언 전 회장의 횡령, 배임 및 조세포탈 등이 드러나면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유 전 회장의 증여세 포탈 규모는 101억원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유 전 회장을 겨냥해 “범죄자 본인의 재산뿐 아니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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