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줄여야
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줄여야
완성품으로 얻은 이익 공유해야 ‘재료값 변동분 단가에 반영’
납품단가연동제 도입하고
중기 적합업종, 대기업 진출 막아야 주요 경영지표로 뚜렷이 확인되는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격차는 동반성장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근거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경제양극화 해소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8월 보고서를 내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는 수급사업자(납품업체)에 납품 단가 조정 신청권과 협의권이, 원사업자(납품받는 대기업)엔 여기에 응해야 할 의무가 주어져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약한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을 고려해 원재료값 변동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질 때는 자동으로 재료값 변동분을 단가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로 원자재값이 급등하던 2008년께 도입 논의가 됐으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재계 반발에 발이 묶여 있다. 그 대신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을 대신해서 대기업을 상대로 단가조정 협상을 제기할 수 있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운영되고 있다. 홍장표 교수는 납품계약 협상의 범위를 이익 배분으로까지 확장하는 성과공유제 도입을 제안한다. 대기업이 납품받은 제품으로 완성품을 만들어 영업을 한 뒤, 최종적으로 발생한 성과를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공유하는 수익배분 협약을 납품계약 당시 맺자는 취지다. 2011년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시한 ‘초과이익공유제’와 비슷한 구상이다. 홍 교수는 “이익공유제 형태의 성과 배분은 국외에서도 실행되고 있는 정책이지만, 국내에선 재계는 물론 정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비행기 엔진 회사인 롤스로이스 등에서 이익공유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외에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된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제도 역시 개선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앞선 보고서에서 “적합업종에 진출한 대기업에 공공입찰 참여 자격을 주지 않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에선 대기업의 적합업종 진입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현재는 적합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더라도 이를 막을 법적 강제성이 취약하다. 이외에도 대·중소기업 거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감시 환경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인 탓에 대·중소기업 간 거래 실태를 충분히 분석하기 어렵다”며 “정보 투명성만 높아져도 대·중소기업 간 질서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하지만,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 의지는 약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기업에 유리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 예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노대래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짬짜미(담합) 업체에 대한 공공입찰을 제한하는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재벌 감시의 고삐를 풀고 있다. 새로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소득 증대를 강조하면서도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방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생태계 조성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정권의 유불리나 치적과 상관없이 꾸준히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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