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변리사’ 전문직 소득 1위? 엉터리 기사였네…

등록 2014-08-21 11:51수정 2014-08-21 21:20

특허 전문 변리사 사무실이 있는 골목의 풍경.  자료사진
특허 전문 변리사 사무실이 있는 골목의 풍경. 자료사진
현장에서
“최근 9년간 부동의 소득 1위 변리사.”

21일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낸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이 보도자료는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9년간(2005~2013년) 연도별 ‘고소득 전문직 수입금액 및 부가세 신고납부 현황’(이하 부가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한 통신사가 이를 먼저 보도한 뒤 언론들이 따라 쓰면서 이날 하루에만 300건이 넘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다.

실제 전문직 중 변리사 소득이 9년째 가장 많은 것일까? 이는 잘못된 보도들이다. 가장 큰 오류는 통계의 산출 방식에 있다. 지난해 부가세 현황(잠정) 자료 기준 변리사 전체 794명의 총수입은 4441억원이다. ‘총수입’을 ‘머릿수’로 나눈 1인당 평균 수입은 5억5900만원이다. 이는 같은 기준으로 했을 때 변호사의 3억8800만원, 관세사의 3억1900만원, 회계사의 2억6300만원 등 다른 전문직에 견줘 가장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주의할 게 있다. ‘머릿수’를 뜻하는 인원은 실제 ‘변리사 1인’을 뜻하는 게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변리사 1인’을 말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아무개 변리사는 “변리사의 1인당 수입이 가장 높다는 보도는 완전 엉터리다. 변리사 1인당 소득이란 게 사실은 사업자로 등록된 변리사 1인당 수입을 의미한다. 보통 변리사 2~3명이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변리사 1인당 수입은 크게 준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도 한 사업자 아래서 여러 명이 일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변리사만큼 일반적이진 않다.

더군다나 보도되고 있는 변리사의 소득은 기업으로 치면 매출에 가까운 수입이다. 이 수입은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 등 경비를 빼기 전 단계다. 통상 5년차 변리사의 경우엔 세금을 내기 전 소득이 8000만~1억원가량, 10년차의 경우에도 1억5000만원을 넘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변리사 사무실엔 변리사가 아닌, 보조 업무를 하는 직원 2~3명이 더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사정은 회계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보도자료의 바탕이 된 통계의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회계사는 대략 1만8000여명이다. 그런데 부가세 현황 통계를 보면 불과 1378명의 사업자만 파악돼 있다. 전체 회계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개인사업자의 부가세 신고를 근거로 회계사 1인당 평균 수입을 2억8500만원이라고 보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회계사 대부분은 개인사업체가 아닌 회계법인에서 일한다. 이는 조금씩 정도는 다르지만 변호사 등도 마찬가지다.

류이근 기자
류이근 기자
국세청 관계자는 “자료를 (국회에) 드릴 때 개인 수입이 아니라 사업 단위 수입 금액이라거나, 사무실을 (전문직 여러 명이) 연합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등 여러 주석을 달아서 보내드린다. 그런데도 계속 잘못된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1.

현대차 사장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 사람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2.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 직접 해보니…“서울 풍경 실감 나네”

배민·쿠팡이츠, 수수료 2∼7.8%로 인하…배달비는 올렸다 3.

배민·쿠팡이츠, 수수료 2∼7.8%로 인하…배달비는 올렸다

이차전지주 폭락…“바이든 IRA법 이전 주가로 돌아가” 4.

이차전지주 폭락…“바이든 IRA법 이전 주가로 돌아가”

‘주식 첫 투자’ 실전편…너무 기초라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면.zip 5.

‘주식 첫 투자’ 실전편…너무 기초라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면.zip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