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국세청 건물. 한겨레 자료 사진
[현장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세부담이 평균 509만원이란 보도가 나왔다. 이를 3~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연평균 1500만~2000만원이 넘는 세금을 내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가구(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당 월평균 소득이 41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구당 연소득의 30~40%를 세금으로 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수치가 매년 조금씩 바뀔 뿐 해마다 되풀이되는 보도다. 정말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걸까?
1인당 평균 세부담은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국세와 취득세·주민세·지방소비세 등 지방세를 합한 금액을 해당 연도 전체 인구수로 나눠서 얻어진 값이다.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잠정치)를 더한 255조6854억원을 통계청의 2013년도 추계인구인 5021만9669명으로 나누면 509만원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전혀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늘어나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필요한 시점에 세금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1인당 세부담 계산시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를 포함한 것이다. 지난해 법인세는 43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개인이 아닌 기업들이 낸 세금이다. 법인세는 개인들이 내는 소득세(47조8000억원)에 거의 맞먹는다. 따라서 약 50만개 기업들이 낸 법인세를 포함하면 1인당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전체 인구수로 나누는 것도 문제다. 이 숫자엔 젖먹이까지 포함돼 있다. 통상 경제 지표 등에서 활용하는 인구는 20살 이상 또는 취업 가능한 연령을 기준으로 한다. 그 아래 인구는 대체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소득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수엔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적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 등도 포함돼 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1570만명의 과세 대상자 중 면세자가 510만명(2013년 국세통계연보 기준)에 이른다. 이밖에도 농어가, 영세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유흥업소 종사자 등 소득이 있어도 세금을 내지 않는 수백만명이 더 있다. 부가가치세도 법인간 거래에 매겨지는 게 많아 국민 1인당 세부담에 모두 포함시키기엔 무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국세와 지방세를 더한 세금을 인구수로 나누는 세부담 지표는 정책연구에 쓰지 않을뿐더러 이를 통해서 신뢰할 만한 시사점을 얻을 수도 없다”며 “개인에게 귀착되지 않는 법인세를 포함시키고 간접세까지 다 포함해 사람들한테 ‘내가 그렇게 세금을 많이 내나’라는 조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세부담 대신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표는 조세부담률과 각 세목별 실효세율(유효세율)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세금/국민총생산)은 19%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세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근로소득세를 내는 납세자 가운데 세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실효세율)도 4% 안팎으로 선진국에 견줘 아주 낮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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