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감세를 놓고 고성까지 오갈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논란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최 부총리는 “2008년 세법 개정으로 90조원의 감세를 했지만, 이후 2013년까지 점진적인 증세가 이뤄져 고소득층·대기업은 오히려 15조원이 증세됐다”고 말했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첫해의 대대적인 세법 개정에 따라 감세효과가 생겼으나, 이후에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다른 세법 개정으로 다 회수해, 결국 증세한 셈이 됐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지난 13일에도 같은 내용의 자료를 기자들에게 뿌렸다.
최 부총리 발언과 기재부의 자료는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야당은 그동안 재정이 어려우니, 이명박 정부 시절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부자증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기재부의 과거 자료와 발언을 보면 의구심이 커진다. 기재부는 2012년 8월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68조8000억원이 감세됐고, 이 중 31조는 대기업·고소득층에게 혜택이 갔다고 밝혔다. 당시 신제윤 기재부 1차관(현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했고, 자료도 나왔다.
‘31조 감세 VS 15조 증세.’ 기재부는 대기업·고소득층 세부담을 놓고 2년 만에 전혀 다른 액수를 발표했다. ‘31조 감세’는 2008~2012년 5년, ‘15조 증세’는 2008~2013년 6년을 계산한 것인데, 2013년 1년동안 추가된 정책을 감안하더라도 숫자가 너무 크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계산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2012년에 내놓은 계산은 세수효과의 끝점을 이명박 정부 임기인 2012년에 맞췄다. 예를 들어 ‘2008년 세법개정으로 2012년까지 88조7000억 감세’, ‘2009년 개정으로 2012년까지 증세 22조1000억원’ 등의 방식이다. 이번달에 낸 자료는 세수효과를 5년 누적으로 계산했다. ‘2009년 개정으로 2010~2014년 36조1000억 증세’‘2010년 개정으로 2011~2015년 4조6000억 증세’ 같은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년 전엔 이명박 정부 임기동안의 세수효과를 계산한 것이고, 이번에는 현재 시점에서 세수효과가 어떤 상태인지 점검했기 때문에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금은 늘었을까? 줄었을까? 이 물음에 가장 정확한 정답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 국세청에 낸 세금을 계산하면 된다. 하지만 세수 실적에는 세법 개정의 효과 외에도 경기상황, 기업 영업실적 등의 변수가 많아 정책의 효과만 따로 계산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의 갈등은 세수효과를 놓고 다른 계산법을 쓴데다, 여러 가지 한계로 지난 6년 동안 증세·감세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기업·고소득층 15조 증세’라고 성급하게 자료를 낸 기재부의 책임이 크다.
이 문제는 24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부와 야당 양쪽에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숫자싸움을 넘어 앞으로 어떻게 조세정책을 끌고 갈지 구체적인 대안을 놓고 논쟁하는 것이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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