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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풍선경제 ‘초이노믹스’, 뜨나 싶더니 벌써 추락?

등록 2014-10-24 15:39수정 2014-10-24 21:14

지난 9월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박근혜 대통령과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월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박근혜 대통령과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쉬운 부양책만 쏟아내…‘찔끔’ 성과 내곤 더 악화
소득주도 성장·내수 활성화 강조는 ‘구두선’ 그쳐
‘지도에 없는 길’ 가더라도 방향만은 바로 잡아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하더니, 길을 잃은 것 같다” “추락하는 초이노믹스”….

취임 100일을 맞은 최경환 경제팀에 대한 성적표가 쏟아지고 있는데,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야당은 최근 경제상황 악화를 이유로 “경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질타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조차 “초이노믹스의 효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최 부총리는 취임 직후 경제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재정·세제정책을 확장적으로 펼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41조원 이상의 재정·금융지원책,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거품 방지용 안전핀까지 뽑아버린 과감한 부동산부양책, 올해보다 5.7% 늘어난 376조원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등 13건의 각종 경기부양 정책을 거의 매주 한번꼴로 쏟아냈다. 또 한국은행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감수하며 기준금리 인하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한때 생기가 도는 듯하던 경제가 다시 움츠러드는 모습이 역력하다. 3분기 실질 지디피(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년 대비 3.2%로 5분기 만의 최저치다. 2100선 돌파를 바라보던 주가지수는 15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1900선 붕괴까지 걱정할 지경이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서민들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온다. 최 부총리도 22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재무장관회의가 열린 베이징에서 “100일이 아니라 10년은 지난 것 같다”고 피곤함을 드러냈다.

경제정책을 100일 만에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본격화에 따른 신흥국 자금유출과 엔화가치 하락,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등과 같은 대내외 악재 탓도 있다. 정부여당은 30여개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 계속 계류 중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 경제팀의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잘못된 진단과 반짝 경기부양에 의존한 처방 탓”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대책은 잘못된 진단의 사례다. 세입자 주거안정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사실상 ‘빚을 내서 집을 사라’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을 내놨다.

정책 우선점이 당장의 경기부양에 맞춰지다 보니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이 뒷전으로 밀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의원은 “최 부총리가 말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딱 일본처럼 (체질 개선보다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의 손쉬운 부양책에만 의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내세워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하면 소비가 늘 수 없고, 내수 활성화도 요원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최 부총리는 대기업 투자와 수출만 강조하던 과거 정부와 달리 소득주도 성장과 내수 활성화를 강조해 기대를 낳았다. 하지만 대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투자·배당·임금으로 끌어내기 위한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전락했다는 평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말로만 가계소득 증대를 외칠 게 아니라,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부총리는 지도에 없는 길을 가더라도 방향만은 올바로 잡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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