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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은 7조5천억원 어떻게 할 것인가

등록 2014-11-21 20:28수정 2014-11-22 15:3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지난 9월15일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지난 9월15일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삼성 관계자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다름 아닌 삼성에스디에스(SDS) 상장 차익 논란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누이가 가진 에스디에스 주식(19%)의 가치는 5조8673억원(20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오누이는 1999년 이들 주식을 주당 7천원대의 헐값에 인수했다. 최초 매입액 대비 300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한다.

삼성은 “상장 차익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항변한다. 또 주식 헐값 인수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책임 이행이 이미 끝났다고 말한다. 사법부는 2010년 삼성특검 재판에서 에스디에스 주식 헐값 발행에 대해 유죄판결(배임)을 내렸고, 이건희 회장 등은 회사 손실 200여억원을 배상했다. 이에 앞서 국세청에 400여억원의 증여세를 냈고, 2006년에는 불법·편법 상속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8천억원을 사회환원했다.

하지만 삼성의 변명은 솔직하지 않다. 상장 차익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몰랐겠지만, 주식 헐값 인수의 궁극적인 목적이 막대한 상장 차익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은 이를 위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에스디에스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웠다. 상장 시점도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종잣돈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졌다.

2O10년 이건희 회장의 배상이나, 2006년 사회헌납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오누이가 에스디에스 주식을 7천원 선에 인수할 당시 장외시장 가격은 5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주식가치를 1만5천원으로 보고 회사손실을 축소 계산했다. 또 삼성이 헌납한 8천억원 중에서 4천억원은 이건희 장학재단에 이미 출연된 돈의 이름표만 바꾼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담액은 700억원에 불과했다. 다음달 제일모직의 상장이 이뤄지면, 오누이의 상장 차익 총액은 최소 8조원으로 늘어난다. 사회헌납액은 10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미국 같으면 8조원의 상장 차익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상장 차익 논란의 해법은 무엇일까? 삼성 특별법은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이미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국민의 공분이 커도 삼성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논란의 종식을 바란다면 마냥 뒷짐지고 있는 게 능사가 아니다. 스스로 원초적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사회의 바람을 최대한 수용하려는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용케 칼날을 피해도, 앞으로 제일모직 상장, 에스디에스 주식 처분,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등 고비 때마다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에스디에스 상장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된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도 결단의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은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최고책임자로서 주식 헐값 인수를 주도했다. 두 사람이 보유한 에스디에스 주식 가치는 1조7천억원을 넘는다. 재계에서는 이 주식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이고, 이 회장이 수년 전부터 반환을 요구했는데 거부당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면 두 사람의 주식 매입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막대한 상장 차익도 결국 불노소득 아닌가?

삼성이나 한국 경제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 헐값 인수 논란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모두에게 득이 안 된다. 특히 삼성 3세 경영을 열어가야 할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더욱 그렇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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