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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월호를 절단해서 인양한다고요?

등록 2014-12-26 20:06수정 2014-12-27 11:45

침몰하는 세월호. <한겨레> 자료사진
침몰하는 세월호.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친절한 기자들’에서 처음 인사드립니다. 경제부 소속으로 세종시에서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를 담당하는 김규원 기자입니다. 지난 4월부터 세종시로 와서 일하고 있는데, 세종시가 애초 계획대로 지역간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의 방아쇠가 될 것인지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월부터 출입하고 있는데요. 세월호 가족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관심사인 세월호 인양 문제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현재 세월호의 인양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월27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세월호 선체 처리 관련 기술검토 태스크포스’에서 인양 여부와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당연히’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이 태스크포스의 이름이 ‘세월호 인양’이 아니라, ‘세월호 선체 처리’인 점이 바로 인양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월호 인양이 어려운 것일까요? 먼저 세월호의 규모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세월호의 무게는 6825t으로 과거 한국 바다에서 침몰했다가 인양한 서해훼리(170t)의 40배, 천안함(1200t)의 5.7배에 이릅니다. 더욱이 현재 세월호에는 바닷물이 가득 차 있고, 지난 8개월 동안 개흙도 상당히 쌓였을 것으로 보여 현재 무게는 최소 1만3000t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세월호를 인양한다면 한국의 침몰 선박 인양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될 것입니다.

또다른 인양의 어려움은 세월호를 절단해서 인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1만t이 아니라, 15만t이 넘는 선박을 인양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규모가 큰 선박들은 대부분 배를 몇 개로 절단해 인양했습니다. 배의 규모가 크면서 절단하지 않고 인양한 경우는 2012년 이탈리아에서 침몰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11만t급)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배는 수심 15m 정도의 얕은 연안에 침몰한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인양이 쉬웠습니다. 현재 세월호는 조류 변화가 심하고 유속이 빠른 수심 40m 정도의 바다에 침몰해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를 절단해서 인양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세월호를 절단하면 아직 찾지 못한 9명의 실종자들이 유실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월호를 인양하는 핵심적 이유가 실종자들을 찾으려는 것임을 고려하면 세월호를 절단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세월호를 절단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이밖에 세월호가 이미 8개월 이상 바닷물 속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부식됐을 것이라는 점도 또 하나의 어려움입니다.

그럼 정부는 과연 세월호를 인양할까요? 현재 가족과 시민단체들, 전라남도, 진도군 등은 모두 인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의 태도는 극히 신중합니다. 오는 1월8일 시작되는 침몰 현장 조사 결과를 검토해 인양 여부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침몰 현장 조사에서는 선박 내외부 상태, 조류 속도, 밀물·썰물 변화, 해저면 토질 등을 모두 조사할 계획입니다.

태스크포스의 이런 신중한 태도에 불구하고 저는 결국 정부가 세월호를 인양할 것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정부는 지난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할 때 대한민국 시민 304명을 구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실종자들의 주검이라도 모두 찾아서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기본적 도리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세월호를 인양해서 남은 실종자들을 찾지 못하더라도 정부로서는 세월호를 인양해야 할 것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규원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김규원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세월호 인양이 결정된다면 시기는 2015년 봄 이후, 인양 기간은 최소 1년 이상, 비용은 최소 1천억원 이상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인양 방법은 크레인이나, 부이, 플로팅 독, 스트랜드 잭 바지선 등을 이용한 방법이 거론됩니다. 그러나 세월호 인양에서 시간과 비용과 방법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희생자들의 넋과 가족, 시민들의 마음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저도 앞으로 국가와 정부가 시민들을 위해서 그 도리와 책무를 다하는지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김규원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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